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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한국 초연은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돋보이는 연출

연기력으로 중무장 한 중견배우들의 연기열전

  • 입력 2012.01.12 17:49
  • 기자명 남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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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의 신  작품은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벌인 싸움으로 한 소년의 이빨 두 개가 부러지는 사건이 발생, 이것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가해자 부모와 피해자 부모가 만나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첫 만남은 예의와 격식을 갖춘 우아한 중산층 부부의 평범한 대화로 시작되지만 다르푸르 분쟁에 관한 책을 저술중인 피해자의 어머니 베로니끄 (이연규)는 아이들 싸움에 ‘중무장’ 이라는 단어를 사용, 가해자 부모를 은근히 자극한다.

이에 질세라 변호사인 가해자 아버지 알렝 (박지일)은 그래서 어쩌라는 심보로 들은 척 만척하며 유치한 설전이 이어진다. 결국 이들의 신경전은 엉뚱하게 흘러 같은 편인 배우자에게 향하고 결국 육탄전까지 벌이게 된다.

이처럼 소소한 부부간의 논쟁을 통해 부르주아 계층의 허례허식을 잘 보여주는 이 작품은 연극 <아트>로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Yasmina Reza)의 작품으로 재미는 물론 대사를 곱씹어 보게 하는 블랙 코메디이다. 이 작품은 영국 대표 시상식 올리비에 어워드 (최우수 코메디 상), 미국 대표 시상식 토니상 (최우수 작품상, 연출상, 여우주연상), 대한민국 대표 시상식 대한민국연극대상 (대상, 연출상, 여우주연상)과 동아연극상 (여우주연상) 등 국내외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수많은 상을 받으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렇게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대학살의 신>은 현재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연출을 맡고 조디 포스터, 케이트 윈슬렛 등 유명 배우들과 함께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

연극 <대학살의 신> 한국 초연은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돋보이는 연출가 한태숙이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이 작품은 네 배우의 앙상블이 격렬한 대결 심리를 잘 들어냈다는 호평을 받으며 공연되었다.

그리고 2011년 12월 다시 공연되는 연극 <대학살의 신>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으로 공연장을 옮겨 약 2달간 공연된다. 초연에 비해 작아진 무대는 네 명의 배우가 끊임없이 치고 받는 대화의 긴장감을 더욱 날카롭고 섬세하게 관객에게 전달하며 작품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줄 것이다. 이번 공연은 한태숙 연출과 가해자 부모 역의 박지일과 서주희가 초연에 이어 함께하며, 대화로 이끌어가는 이 작품의 밀도를 높여줄 것이다. 더불어 연극은 물론 드라마, 영화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대연과 이지적인 연기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연규가 피해자 부모 역으로 새롭게 합류, 작품의 신선함을 더할 예정이다.

연기력으로 중무장 한 중견배우들의 연기열전
<대학살의 신> 의 출연진은 단 네 명이다. 이 네 명, 즉 두 부부의 전쟁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야만 하며, 그래서 어느 한 역할만 기울어지지 않도록 비슷한 무게 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초지 일관 깐죽 거리는 변호사로 아이들의 싸움 정도는 돈으로 해결하고 싶은 알렝 (박지일) 과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남편의 전화에 진절머리 치지만 남편한테 눌려 사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술기운을 빌려 불만을 토로하는 아네트 (서주희) / 자수성가한 도매상으로 열정적인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으려 무던히 노력하는 공처가이자 마마보이 미셸 (이대연) 과 아프리카에 관심이 많은 아마추어 작가로 아이들의 싸움을 자세히 분석해 먼 훗날 다르푸르 대학살 같은 사태를 부추기는 일이 되지 않도록 세세한 해결책을 내고자 하는 베로니끄 (이연규) 이렇게 네 명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할 박지일, 서주희, 이대연, 이연규는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말싸움부터 육탄전까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등, 퇴장도 무대전환도 없는 90분간의 공연을 채워나갈 것이다.

특유의 제스처로 법을 농락하여 자신의 목적을 성취하는 비굴하고 밉상스런 인물을 구체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던 ‘알렝’ 역의 박지일은 지난 초연 당시 “제대로 연기해서 다시 공연할 때 다른 배우들이 아무도 이 배역을 맡지 못하게 할 것”이라던 각오를 현실화 시켰다. 그는 “지난 공연에서 코미디를 의식해서 ‘알렝’이란 인물을 과장되게만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극 후반 망가지는 모습에서 나타나는 의외성을 더욱 살리기 위해 극 초반까지는 비교적 평면적인 인물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다. 관객들은 이런 ‘알렝’을 비롯한 배우들의 내면심리상태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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