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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갈 호랑이와 표류한 227일간의 공존 <라이프 어브 파이>

위대한 공존과 삶의 이야기

  • 입력 2012.12.13 00:54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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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수라즈 샤르마)의 가족들은 정부의 지원이 끊기자 캐나다로 이민을 준비하고 동물들을 싣고 캐나다로 떠나는 배에 탑승한다. 하지만 상상치 못한 폭풍우에 화물선은 침몰하고 가까스로 구명선에 탄 파이만 목숨을 건지게 된다. 구명보트에는 다리를 다친 얼룩말과 굶주린 하이에나, 그리고 바나나뭉치를 타고 구명보트로 뛰어든 오랑우탄이 함께 탑승해 긴장감이 감돈다. 하지만 이들 모두를 놀라게 만든 진짜 주인공은 보트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었던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 시간이 갈수록 배고픔에 허덕이는 동물들은 서로를 공격하고 결국 리처드 파커와 파이만이 배에 남게 된다. 파이는 배에서 발견한 생존 지침서를 바탕으로 점차 리처드 파커와 함께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법을 습득하게 된다. 그리고 태평양 한가운데서 집채 만한 고래와 빛을 내는 해파리, 하늘을 나는 물고기, 그리고 미어캣이 사는 신비의 섬 등 그 누구도 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사건들을 겪게 된다.   전세계적인 스테디셀러 얀 마텔의「파이 이야기」(LIFE OF PI)가 이안 감독의 연출로 감동이 넘치는 이야기와 3D 영상의 혁명적인 구현으로 상상 그 이상의 장면들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아바타> 이후 새로운 영상을 선사하는 영화 <라이프 어브 파이>는 놀랍다. 
  227일간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한 소년 파이와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공존. 그리고 작은 구명선 밖 어디에도 도망칠 곳이 없는 깊고 깊은 바다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생존 이야기는 이안 감독의 사려깊은 연출과 믿기 힘든 뛰어난 영상으로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황홀함과 파이와 벵갈 호랑이와의 관계를 한편의 멋진 드라마로 창조해냈다.   전작 <브로크백 마운틴>과 <색, 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안 감독은 영화 속 캐릭터들의 관계를 밀도있게 묘사하는데 탁월하다. 애니스와 잭의 말 못하는 사랑과 Yee와 치아즈의 경계하는 사랑은 이안 감독의 손에서 실존하는 인물보다 더한 관계의 리얼리티를 관객들에게 보여주었다.
  사람과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아니지만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가족을 모두 잃은 소년 파이의 구명선 위의 생존관계는 표류기간 내내 외로움과 살기 위한 싸움에 지쳐가는 한 소년을 달래주는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없었다면 소년은 진작에 삶을 포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연히 사람의 이름을 가진 호랑이는 말을 하지 못하지만 눈빛으로 소통하고, 리처드 파커 또한 파이가 없었다면 생존하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는 듯이 파이와 망망대해 위에서 함께 생존해 나간다.
  위대한 자연 앞에 인간은 그저 나약한 존재일 뿐이고, 힌두교의 신인 크리슈나의 입안에 우주가 들어있었듯이 살아가는 일은 삶을 받아들이는 각 개인의 선택의 연속이다. 인생이 우주를 여행하는 것처럼 한치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크리슈나의 우주는 우리가 각각 받아들이는 삶 자체가 우주와도 같음을 이야기 해주고 있다.
  무수히 빛나는 별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이가 될 수 있으며, 색색이 다른 밝기로 밤하늘을 비추듯이 각 개인의 삶의 방식은 무한하다. 우주를 유영하는 일이 마치 망망대해에 표류한 파이의 이야기와 같고, 이는 또한 삶을 예측할 수 없는 유한한 존재인 인간의 삶을 축소해 놓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우리들의 인생이야기와 닮아 있다. 단지 처해있는 상황이 다를 뿐...   우주와 자연, 인간과 호랑이. 이안 감독은 이제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넘어서 그리고 종을 넘어선 우주와의 관계를 <라이프 어브 파이>에서 관객들에게 삶의 새로운 면을 보여준다. 파이를 연기한 수라즈 샤르마는 '파이'와 완벽한 동화를 보이는 연기를 펼치며, <아바타> 이후 3D 영상의 또 다른 진화를 이룩한 이미지들은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헉-'하는 외마디 소리를 나오게 할 만큼 리얼함과 몽환함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올 겨울 삶의 의미와 모든 인생에 대한 감사와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 <라이프 어브 파이>는 1월 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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