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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보루인 불곡산 산행

  • 입력 2012.11.26 19:58
  • 기자명 유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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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북부지역의 산행코스로 양주 불곡산은 높지 않은 산과 적당한 암릉을 오르는 스릴도 느끼며, 무엇보다 등산객이 많지 않아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9봉의 봉우리마다 고구려 군사들의 초소였던 보루가 남아있어 역사와 자연이 숨 쉬는 역사적인 산행코스로도 인기가 높다.하지만 1500여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면서 현재 불곡산 보루는 대부분 붕괴됐다. 일부지만 원형의 성벽을 볼 수 있는 구간은 3보루와 5보루, 7보루와 8,9보루 등이다. 나머지 각 보루는 성 돌이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불곡산 보루들이 파괴되면서 고구려의 혼이 무너지고 있다. 선조들이 목숨 받쳐 지켜온 성벽이다. 양주시에서 고구려 유적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세웠지만 몰지각한 등산객들의 발길에 성벽이 부서지고 깨지고 있다. 일부 등산객의 무지의 소행이다. 아니 등산객들을 탓하기엔 우리나라 행정이 얼마나 졸속적이고 형식적인지 그것부터 비판해야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불곡산보루를 조속히 사적지로 지정 보호해야 한다고 한다.

 불곡산은 양주시청 옆쪽으로 여러개의 암봉이 솟아있는 산이다. 산행은 양주시청 주차장에주차를 하고 버스로 이동 대교아파트부근에서 출발했다. 전날 비가 와서인지 산행 길은 질퍽이기 까지 한다. 막 산으로 오르려는데 죄측으로 악어바위 이정표가 보여 그 길로 방향을 바꿔 올라갔다. 아마 군부대 훈련장으로 쓰이는지 지형지물이 여기저기 널려있고 몇 명의 군인들이 교장을 보수하고 있었다. 크지 않은 소나무 숲길로 오르니 이내 숨이 차 온다. 올라온 산길을 뒤돌아보니 벌써 멀리 도봉산 쪽이 조망 되었다.

 작은 소나무 숲을 조금 더 오르니 커다란 슬랩이 오고 좌측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무슨 팻말이 보여 다가가서 보니 “쿠션바위”, 쿡 하고 웃음이 나왔다. 행정편의 적인 발상이랄까. 뭔가 하나 이름이라도 붙여 놓고 보자는...출발 한지 약30여분. 계속 오르다 보니 커다란 암벽이 가로 막았다. 남근바위란다. 그것마저도 우습게 보인다. 갈수록 바람이 세차진다. 아직 가을은 길을 떠나지 못하고 여기 우리 곁을 맴도는데 성큼 다가온 겨울바람이 헤집어 흩어 놓는다. 추워 옷깃을 여미며 그곳을 좌측으로 돌아 오르니 다시 커다란 바위가 눈에 띄었다. 이번엔 복주머니 바위란다. 참 생각 할수록 이름하나는 잘 지었다 하며 위를 보니 밧줄이 보였다. 그 곳을 밧줄로 오르면 악어바위를 바로 올라간다는데 우리는 비에 젖은 바위가 위험해 보여 우측으로 돌아 등산로를 따라 올랐다. 가는 도중 삼단바위가 보이고 다시 좌측으로 붙어 바위능선을 오르니 밧줄로 안전펜스를 친 곳이 나와 그곳에서 좌측으로 내려가니 바위에 뭐가 달라붙은 형상이 보였다.

악어바위이다. 출발 한지 약 40여분. 악어바위에 도착했다. 그나마 여태 본 이름표 붙은 바위 중 가장 그럴싸해 보였다. 어쩌면 악어 비늘까지 제법 똑같아 보였다. 그 위쪽으로는 거북바위가 보였으나 그것은 별 감흥이 오지는 않았다. 다시 오던 길로 올라 밧줄펜스를 따라 오르다 절벽아래를 보니 생수병이 아래에 하얗게 보인다. 먹고 버린 것이다. 아직 뒤떨어진 우리의 행락문화를 탓하며 거친 숨을 모아 오르니 약간은 평평한 안부가 보였다.

바위 뒤에서 거센 바람을 피하며 목을 축이고 두툼한 겨울 장갑을 꺼내어 착용하였다. 위쪽으로는 슬랩부가 보였지만 그 곳에도 밧줄펜스를 쳐 놓아 비가 젖은 바위도 그리 위험하지는 않아 보였다. 스랩부를 오르니 커다란 코끼리바위가 보였다. 코끼리바위도 제법 그럴싸해 보였다. 코와 눈 그리고 귀, 모든 게 완벽하다. 간단히 사진을 찍고 임꺽정이 공기를 하고 놀았다는 공기돌 바위를 지나 다시 밧줄을 잡고 오르니 8보루의 정상이다.

8보루 정상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의적 임꺽정과 관련된 전설로 임꺽정 봉으로 부른다. 정상에서 남동쪽의 풍광은 장관이다. 벼랑사이사이 공기돌 바위, 코끼리 바위, 복주머니 바위 등 기암들이 줄지어 섰다. 우리는 벼랑 끝에 있는 의자 모양의 바위에 앉아 백석 들판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옛 군사들이 이곳에서 경계의 눈초리로 아래를 지켜보던 바위임에 틀림이 없으리라.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내려가 420봉을 지나 상투봉으로 향했다. 불곡산 산행의 백미는 임꺽정봉에서 상봉까지의 암릉구간이다. 물개바위를 지나니 험한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물론 밧줄펜스로 고정은 해 놨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생쥐바위를 지나 이젠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어렵게 바위구간을 올라서니 나무데크가 눈에 들어왔다. 나무데크를 걸어 오르니 넓고 평평한 바위구간이 이어졌다. 바위 능선에 오르니 바람은 더욱 세차다. 그 세찬 바람을 이기려던 소나무는 이리저리 뒤 틀려 분재 모양을 하고 있었다. 출발 후 약 1시간50분, 상투봉의 바람은 거셌다. 7보루인 상투봉은 6보루에서 서북쪽으로 150m 떨어져 있다. 성벽은 두 봉우리를 연결해 쌓았으며 동과 북은 자연암벽을 성벽으로 삼았다. 보루정상부 암벽사이에 온전한 성벽이 보존돼 있는데 이 성벽도 등산객들 통로로 사용되면서 파괴되고 있다. 보호조치를 하지 않으면 붕괴는 시간문제다. 상투봉에서 상봉쪽으로 약간 내려가 커다란 바위옆에 점심상을 펼쳤다. 점심상이라야 라면과 커피가 전부지만, 콧등이 알싸할 정도의 추위를 몰아내기엔 충분했다.약 50여분식사 후 1시40분 다시 길을 떠났다. 상투봉을 지나 상봉으로 향하는 길도 녹녹치 않다. 그러나 그곳도 위험구간에는 나무데크 다리를 깔아 오르는 길이 크게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진눈깨비를 섞어 볼을 때리는 세찬바람은 매서웠다. 멀리 보이는 수락산과 도봉산에도 눈 아니면 비라도 내리는지 뿌옇게 시야에 들어왔다. 드디어 상봉에 올랐다.불곡산 정상 상봉(470,7m)에 6보루가 있다. 정상입구에는 건물을 세웠던 돌구멍이 노출돼 있다. 상봉암벽아래 서쪽으로 길이 10m 가량 바깥 성돌 흔적이 보인다. 형태가 온전하지는 않지만 1.5m 높이의 성벽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해 본다. 남쪽과 동쪽성벽은 자연암벽이 성벽이 됐다.정상에서 내려 갈 때는 암벽 때문에 사다리를 타야 한다. 그 길을 내려가니 우회 길과 만나며 다시 내려가니 팽귄바위가 보였다. 철사다리를 내려서니 언제 바람이 불었느냐는 듯 바람이 잔다. 길옆으로는 아마 주말에만 문을 여는 듯한 매점도 보였다. 물론 평일이라서 열었을 리 만무건만 한번 휘 둘러보고 하산을 재촉한다. 그리고 순한 산길이 이어졌다. 그러다 돌무덤이 낙엽에 묻혀있는 것 같은 곳을 지나갔다.돌무덤이 아니라 5보루 성곽이었다. 이곳 보루 중 성벽을 쌓은 석재들이 가장 크다. 암벽 공간과 암릉 위로 가지런히 쌓인 성벽을 볼 수 있다. 5보루 전체 둘레는 100m 정도다. 암릉에는 문지방돌로 추정되는 구멍 수개가 파여 있고, 옛 사람들의 신앙의 대상인 성혈자리도 보인다. 5보루에서도 고구려 토기가 발견됐단다.5보루를 지나 2보루로 까지는 가파르지 않는 산등성이를 타고 길게 이어진다. 2보루는 등산객들이 보루 중앙을 관통하면서 성벽은 반질반질한 길이 됐고, 성돌은 계단처럼 발길에 무수히 짓밟히면서 파괴되고 있다. 통행하는 사람들조차 이곳이 고구려 유적인지 당연히 알지 못한다.2보루는 산봉우리 정상을 감았다. 보루 내부는 긴 의자 두 개가 놓인 널찍한 공터다. 2보루 정상도 조망권이 뛰어나다. 양주 첨단 산업단지지가 들어설 고읍지구, 대규모 아파트단지인 옥정지구가 발아래로 펼쳐진다. 지금 그곳은 건축물 공사가 한창이다. 고개를 뒤쪽으로 돌리면 불곡산 정상인 상봉이 눈앞에 있다.여기서 약 500m 내려가면 무너진 성돌이 그득한 장소가 1보루다. 두 개의 봉우리를 연결한 1보루 성벽은 거의 붕괴되어 등산객들의 계단으로 쓰이고 있다. 내려가는데 길옆으로 분홍꽃을 잔뜩 매단 진달래가 보였다. 한 등산객이 개탄을 한다. 시절이 수상하니 나무도 미친다고...크지 않는 소나무 숲길을 따라 30분 정도 내려가니 양주시청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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