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투데이뉴스 남궁선정 기자]
<도둑들>(2012) 이후, 최동훈 감독은 조국이 사라진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 1930년대 독립운동사와 역사적 사건에 대한 연구와 고민을 거듭했다. 시대적 배경이 되는 1930년대는 문학사적으로 낭만주의가 팽배했고 모더니즘이 꽃피운 시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독립을 위한 투쟁이 존재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영화 <암살>은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의열단의 활동 기록을 모티브로 하여 가상의 인물들이 펼쳐나가는 허구의 암살 사건을 그려냈다.
1933년 조국이 사라진 시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본 측에 노출되지 않은 세 명을 암살 작전에 지목한다. 김구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이정재)은 이들을 차례로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한국 독립군 제 3지대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조진웅), 폭탄 전문가 황덕삼(최덕문)은 김원봉(조승우) 대장의 지원 하에 상하이에서 모임을 갖고 경성으로 향한다. 타겟은 둘. 날짜는 11월 7일. 조선주둔군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이경영)을 암살하는 것이 이들 3인의 임무. 한편, 상하이 일본영사관과 내통하는 배신자의 정보가 입수되고 그로부터 거액의 의뢰를 받은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이 암살단의 뒤를 쫓는다.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작전을 둘러싼 이들의 각기 다른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이 펼쳐진다!
무엇보다도 영화 <암살>은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조진웅, 최덕문 등 존재만으로도 신뢰를 더하는 캐스팅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굳은 신념을 지닌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으로 몰입도 높은 연기를 펼친 전지현, 작전을 위해 암살단을 불러모으는 냉철한 임시정부대원 ‘염석진’ 역을 맡은 이정재, 암살단을 쫓는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로 분한 하정우,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의 파트너 ‘영감’으로 극의 감초를 담당하는 오달수, 생계형 독립군 ‘속사포’ 역을 맡아 위트 넘치는 매력을 발산한 조진웅, 작전만을 생각하는 암살단의 모범생 '황덕삼'을 연기한 최덕문까지, 영화 속 6인 6색의 배우들은 서로 다른 선택으로 엇갈린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과정을 환상의 연기 앙상블로 이뤄내 관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킨다. 또한 <암살>은 순 제작비 180억원 규모의 제작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대규모 오픈세트를 위한 최적의 로케이션으로 한국과 중국 상하이를 넘나드는 총 5개월 간의 대장정으로 중국의 10대 세트장인 상하이 처둔, 셩창, 라오성 세트장에서 영화의 시대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리고 명치정(명동)에 위치한 미츠코시 백화점(현재 신세계 백화점 위치) 및 경성거리는 중국 처둔 세트장에서, 1933년의 경성의 서소문거리는 경기도 고양시 오픈세트장에서, 무엇보다도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암살단의 주무대인 백화점 내부 장면은 7개월에 걸친 작업으로 완성도를 더했다.
영화는 1933년 작전이 실행에 옮겨지던 그 날, 대한민국 임시정부 김구의 신임을 받는 염석진의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나고 안옥윤에게 밝혀지지 않았던 비밀이 드러나면서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거기에 '하와이 피스톨'은 염석진과 접선, 안옥윤과 속사포, 황덕삼을 암살하기 위해 독립군의 작전과는 상관없는 암살을 위해 행동하고, 강인국의 딸 미츠코의 결혼식이 결정되면서 혼란을 거듭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강인국의 딸 미츠코는 독립군의 난관을 돌파할 수 있는 중요인물로 미치코는 안옥윤에게 접근하여 극의 흐름을 바꿔놓는다. 그리고 안옥윤과 '하와이 피스톨', 염석진은 살기 위해 서로를 위해 총구를 겨누고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작전에 온 몸을 던진다.
하지만 영화 <암살>은 상영시간이 길어 중반의 극 전개가 아쉽다. 다소 정리되지 않는 여러인물들의 서사전개와 영화제목 '암살'이 담고 있는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다. 염석진은 일제 치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고, 안옥윤은 오직 암살만을 위해 내달리지만 그들의 대의명분이 관객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운명처럼 그 시대에 맞서 싸웠고 버텼다. 어떤 이는 이름을 남겼지만 어떤 이는 이름조차 남기지 못했고 하물며 삶의 이야기도 남기지 않았다. 그 남겨지지 않은 이야기로부터 이 영화는 출발한다"라고 최동훈 감독이 밝혔듯이 영화는 일제 치하 꽃같은 목숨을 나라의 독립을 위해 바쳤던 젊은이들의 신념과 투쟁, 그리고 굳센 용기를 밝힌다.
1933년 조국이 사라진 시대, 조국의 독립을 위한 위대한 작전을 다룬 영화 <암살>은 7월 22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