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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섬뜩한 욕망과 불편한 현실의 이면. 영화 <종이달>

  • 입력 2015.07.07 23:33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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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 남궁선정 기자]
  『고백』의 미나토 가나에, 『화차』의 미야베 미유키와 함께 일본의 미스터리, 서스펜스 장르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 가쿠다 미쓰요의『종이 달』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 <종이달>(紙の月)은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부터, 도쿄 국제 영화제까지 일본의 각종 영화제에서 총 31관왕을 수상, 이미 탄탄한 작품의 완성도로 평단과 관객들을 만족시킨바 있다.
  영화 <종이 달>은 단 한번의 선택으로 생긴 일상의 균열로 인해, 평범한 주부가 거액 횡령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 세상을 뒤흔들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 서스펜스 드라마로, 깊이 있는 원작뿐만 아니라, 칸이 주목하는 일본의 새로운 에너지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이 연출, 탄탄한 배우진들의 연기력의 완벽한 조합으로 드라마의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평화롭지만 조금은 지루한 일상을 살고 있던 평범한 주부 리카(미야자와 리에)는 파트 타임으로 일하던 은행의 계약직 사원이 된다. 리카는 미모와 다정한 성품으로 고객들의 신임을 얻게 되면서 점점 자신감을 되찾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외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백화점을 들르게 된 리카는 판매원의 설득에 계획에 없던 화장품을 구매한다. 가지고 있던 돈이 부족했던 리카는 고객의 예금에서 1만엔을 꺼내 충당하고 백화점을 나서자 마자, 바로 은행을 찾아 그 돈을 채워 놓는다. 하지만 이는 그녀의 일상에 작은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한편, 까다로운 고객 히라바야시의 손자인 대학생 코타(이케마츠 소스케)와 인사를 나누게 된 리카는 학비가 없어 휴학할 위기에 처한 그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또 한번 고객의 예금에 손을 댄다. 그 이후, 점점 그녀의 삶은 돌이킬 수 없이 어긋나버리고, 은행에서 25년 동안 근무한 스미(고바야시 사토미)는 변해가는 리카의 모습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1만엔, 그리고 리카는 자신에게 애정의 신호를 보내는 청년 코타에게 도움을 주고자 200만엔을,그와의 만남을 지속시키기 위해서 300만엔, 그리고 그와 자유롭게 만나고 즐기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돈에 손을 댄다.
  단순히 자신이 즐기기 위한 욕망으로 돈에 손을 댄 리카지만 그녀는 점점 섬뜩한 욕망으로 자신도 모르게 어떤 연유로 돈이 은행으로 들어오고 나가야하는지는 전혀 개의치 않고, 오직 쇼타와의 즐거운 시간과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꾸준히 고객의 돈에 손을 댄다.
  영화 <종이달>은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현실의 이면을 보여준다. 풍족한 돈으로 남부럽지 않게 생활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리카는 흙탕물에 발을 적시지만 한번 진창에 들여놓은 발은 빠질지 모르고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되어 결국에는 헤어나올 수 없는 욕망의 깊이를 차갑게 보여준다.    자신이 저질러 온 업을 외면하기에는 너무 깊은 수렁에 빠져 있음을 애써 외면하는 리카는 여자로서 즐거움을 누리는 삶에 자신을 집어 넣고 결국엔 한계에 다달아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 즐겁게 살기 위한 돈이라고 하지만 리카에게는 처음부터 자신이 누리는 행복이 남의 것이었음을 깨닫지 못하고 마지막에는 여자로서의 행복마저 놓치게 된다.
  달리고 달려 행복을 좇으려 아둥바둥하는 리카는 자신이 처한 더러운 현실을 감추고, 가짜 자신을 진짜라고 믿는 것처럼 질주하지만 그녀의 앞에는 끝이 뻔히 보이는 길만이 남는다.
  <종이달>은 없애고 싶어도 없앨 수 없는 하늘위의 달처럼 자신이 만들어 놓은 업 또한 없앨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할퀴어지고 조각나고, 균열이 나기 시작한 자신의 삶 또한 그대로 받아들여야 함을 영화는 리카라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다.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섬뜩한 욕망과 불편한 현실의 이면을 보여주는 영화 <종이달>은 빈 틈 없는 연출과 차분한 시선으로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만의 강한 존재감을 관객들에게 각인시킨다. 다음주에 개막하는 19회 부천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종이달>은 7월 23일 국내에서 정식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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