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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체스' 조권-신우의 아나톨리, 극찬은 '아니로소이다'

  • 입력 2015.07.05 08:27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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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지난 6월 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초연 이후 30년 만에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서 초연된 뮤지컬 '체스'가 성대한 막을 올렸다.

뮤지컬 ‘체스’는 세계 체스 챔피언십에서 경쟁자로 만난 미국 챔피언 프레디와 러시아 챔피언 아나톨리 간의 긴장감 넘치는 정치적·개인적 대립과 프레디의 조수 플로렌스가 아나톨리와 사랑에 빠지며 벌어지는 운명의 소용돌이를 담은 작품이다.

배경을 설명하는 화려한 세트, 시대적 상황과 인물간 심리를 대형 체스 게임으로 형상화 한 앙상블의 무대, 웅장하면서도 때로는 감미로운 뮤지컬넘버 등은 뮤지컬 '체스'의 백미다. 더불어 뮤지컬 '체스'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아이돌 4인방 2AM 조권, 빅스 켄, B1A4 신우, 샤이니 키가 주연에 나선 '아나톨리'다.

냉전시대 러시아 국적의 40대 유부남 아나톨리를 20대 아이돌이 연기한다는 점에서부터 켄과 신우의 뮤지컬 첫 입성이라는 화제까지, 과연 그들이 얼마나 이 배역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뮤지컬 '체스'의 최고 관심사였다. 이에 지난 켄에 이어 조권과 신우의 아나톨리를 말해본다.

 

먼저, 이 아이돌 4인방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캐스팅은 단연 조권이었다. 조권은 이미 2013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2014년 ‘프리실라’를 통해 대형 뮤지컬 무대의 경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 4인방 중 맏형이라는 점에서 뮤지컬 ‘체스’의 아나톨리를 대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을까, 그의 아나톨리는 김빠진 콜라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외모의 분위기나 연기력은 차선 치더라도 그의 대사처리가 특히 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나마도 이날 공연(6월 20일, 2부)의 메인 캐스트는 신성우, 김법래, 이정화 등이어서 신성우의 허스키하고 시원한 목소리와 김법래의 굵고 짱짱한 저음, 이정화의 맑은 소프라노 사이에서 그의 대사 톤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더욱이 입이 작아 발음이 부정확한데다 대사에서조차 ‘공기 반 소리 반’이 느껴질 정도로 힘이 없다는 것은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그런 조권에게 비단 실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의 뮤지컬넘버 소화력만큼은 단연 으뜸이다. 일부 저음역대에서는 제대로 소리가 들리지 않는 구간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넘버들에서 그의 노래는 상당히 안정적이다. 특히 뮤지컬 ‘체스’의 1부 엔딩인 아나톨리 최고의 명장면, 넘버 'Anthem'에서는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최고의 가창력을 만날 수 있다. 헌데 그렇다보니 대사와 넘버 사이의 갭이 오히려 크게 부각된다는 것이 그의 최대의 난제였다.

 

둘째로, 지난 3일에 만난 신우의 무대는 그와 반대였다. 공연의 메인 캐스트는 신우를 포함 이건명, 안시하, 김장섭 등이 포진했는데, 이날 공연은 전체적인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 오케스트라가 무대를 따라잡아야 했고 신우와 안시하의 듀엣 호흡도 훌륭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특히 신우의 노래는 호흡이 비교적 짧고 샵, 플랫이 반복되면서 정확한 음정을 잡지 못하는 구간이 상당했는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스스로가 그를 알고 순간순간 정확한 음정을 잡기 위해 애썼다는 정도다.

더욱이 1부 엔딩인 아나톨리의 넘버 'Anthem'에서는 엔딩 클라이맥스에서 음을 바로 처리하지 못하고 한 템포 쉬어 가는데 그마저도 순간 음이탈이 발생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끝까지 놓지 않고 호흡을 이어간 근성은 높이살만 하다.

반면, 신우의 대사전달력만큼은 제법 훌륭하다. 켄과 조권의 무대에서는 알아듣지 못했던 구간까지 모든 대사가 상당히 또렷하게 들린다. 완벽한 프로 배우의 스킬은 아니었지만 대사 안 주요 포인트를 다룰 줄 안다는 점은 뮤지컬 배우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는 또한 캐스트의 구성이 한 몫을 거든 이유도 있는데, 앞서 켄과 조권의 무대에서는 대사 톤이 극과 극인 이들이 한 무대에 모인 반면 신우의 무대에서는 대사 톤이 제법 유사한 이들이 포진해있어 비교적 피로감이 적고 그들의 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역할을 했다. 그와 함께 신우의 활약은 극 속에 자연스럽게 빛을 발할 수 있었고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이렇듯 조권과 신우는 이번 뮤지컬 ‘체스’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의 장단점을 노출했지만 쿼드 캐스팅에 약 한 달의 짧은 공연기간으로 인해 앞으로 이를 더 뽐낼 기회도 만회할 기회도 몇 남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풋풋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이 우여곡절이 켜켜이 쌓인 40대 인물을 연기하기란 애초 어불성설이 아니겠느냐며 차지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적어도 불연 듯 오디션을 보는듯한 착각을 지울 수 없다면 실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명성이 민망할 일이다. 모쪼록 남은 공연을 통해 두 배우의 선전을 바라마지 않는다.

한편, 뮤지컬 ‘체스’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는 19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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