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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로 그린 수묵화 임한리

  • 입력 2012.11.17 19:23
  • 기자명 유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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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공기는 폐부를 뚫는다. 언제 엄습해 올지 모르는 졸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휴게소를 들러 승용차 문을 열고 한발 내딛으니 가슴가득 공기가 밀려들어 온다. 휴게소에 들러 따끈한 커피 한잔으로 밀려들어온 새벽공기의 한기를 느끼던 몸을 데우고 다시 길을 나섰다.

 

안개를 만나러 가는 길, 그러나 문의IC를 지날 때 까지도 안개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수리터널을 지나자마자 거짓말처럼 안개가 밀린다. 2년전인가 용암사를 들렀다가 우연히 들른 곳 임한리를 가는 길이다. 보은IC를 지나 속리산IC를 나가니 무진장한 안개가 가로 막는다.

해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면 전국 사진가들이 주목하는 곳은 충북 보은군 탄부면 임한리 솔밭으로,1만2890㎡의 면적에 수형이 빼어난 250여년 된 노송이 100여 그루 자라고 있으며 '아름다운 충북환경명소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자연경관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임한리 솔밭은 보은 대추축제 행사장으로 사용돼 도시민에게 널리 알려져 주말이면 이른 아침부터 관광버스와 자가용들이 줄지어 서 있을 정도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의 천국이 됐다.

 

어스름 새벽에 도착하니 이미 차가 몇 대 주차되어 있다. 창밖으로는 안개비가 내리는지 축축함이 차 내부까지 밀린다. 문을열고 내리니 웅성웅성 카메라를 챙기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그 새벽 혼자는 아니구나..........

 

이곳에는 충목공송당유선생광국사적비와 광국훈공의 사적을 기록한시비가 서 있다. 유홍(兪泓)은 기계유씨(杞溪兪氏)로 조선 선조 때 좌의정을 지냈으며 호는 송당(松塘)이다. 1524년 서울에서 출생해 1553년 문과에 급제, 예문관과 춘추관을 거쳐 충청도관찰사를 지냈다. 임진왜란 당시 도체찰사(都體察使)를 겸임해 활약하다 1594년 갑오년에 71세로 해주에서 사망했다. 문집으로 '송당집'이 있고, 시호는 충목(忠穆)이다. 현재 임한리 유씨는 유홍선생의 후손들로 전국에 130여 가구가 살고 있다.

  

땅거미가 물러갈 무렵 카메라를 들고 나선다. 세한도가 이런 경지던가, 아니면 남농화백의 노송도가 이런 경지던가?  수묵으로 보이는 아련한 노송들은 차가운 가을바람과 꿋꿋하게 맞서고 있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보니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저씨, 커피드세요.”

밖으로 나가 보니 옆 대추농장의 아주머니였다. 일하러 와 보니 추운새벽에 사진을 찍어서 안스러웠다고 하신다. 이것이 정녕 충청도아줌마의 인심인 것이다.

 

 

상경길, 난 수묵의 노송을 담고 가지만 또 하나 충청도 아줌마의 인심을 새기고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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