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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바람의 나라 선자령

  • 입력 2012.01.10 20:39
  • 기자명 유상현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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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일본에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안겨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雪國)의 첫문장이 생각난다.

비몽사몽 졸다 깨다를 반복하던 차에 차가 정차를 하는 느낌을 받아 눈을 뜨니 벌써 횡계 인터체인지를 벗어나고 있다. 여태껏 보이지 않던 눈이 진짜 밤이 되면 밤의 밑바닥이 하얘 질 정도로 온통 눈의 천지이다.

잠시 후 대관령 휴게소에 내린 우리는 눈보다도 더 많던 사람의 수에 기가 질렸다. 서둘러 가방을 열어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그 대열에 합류를 했다. 이미 오르막부턴 사람의 행열에 정체를 느낄 정도로 많은 인파들이 산으로 오르고 있었다.

일기예보엔 오늘아침 대관령기온이 영하20도라던데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잔다.  대관령에서 선자령(1157m)까지 이어지는 5㎞ 길이의 눈꽃 트레킹.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지 않은데다 무릎 깊이로 쌓인 눈과 눈꽃이 핀 크고 작은 전나무들이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출해 동화책 속으로 여행을 떠난 듯 황홀하다.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통신중계소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야생화가 만발하는 산길은 전나무를 비롯한 침엽수와 나목으로 변한 활엽수들이 서둘러 눈꽃을 활짝 피웠다.

한참을 오르니 반원형의 데크로 단장한 새봉이 보인다. 하도 사람 때문에 지체가 되어 샛길로 빠져 새봉에 올랐다. 눈앞이 확 트인다. 전망대는 설경이 멋스런 백두대간은 물론 강릉 시가지와 동해바다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새봉을 출발, 그러나 그곳에서도 지체가 되어 다시 샛길로 들어섰다. 여기서 선자령까지 2.5㎞는 비교적 완만한 코스로 수십 기의 풍력발전기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은빛 설원은 계곡을 넘어 삼양대관령목장의 초지로 이어진다. 선자령의 정상에서 보이는 대관령목장의 전경은 눈을 이고 있어 더욱 정겹다.

다시 선자령을 양떼목장쪽 방향으로 급경사를 내려오니 임도가 나온다.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했다. 겨울 선자령 답지않은 포근한 기온과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봄기운을 느꼈다면 내 이기심이었을까? 뜨거운 커피와 간단하게 간식을 하고 임도를 따라 내려오다 계곡길을 택했다.

계곡으로 내려오니 눈이 더 쌓여있었다.
한참 사진을 찍다보니 일행을 놓쳤다. 계곡을 계속되고 또 길어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내려오면서 올려다 본 하늘엔 더없이 청명함을 느껴 아름답기보다 어쩌면 슬픔 가득 머금은
가을 눈망울을 닮아 더 애처롭다.


그런데 반정도 내려오니 길이 갑자기 발길이 뜸해진다.
눈도 푹푹빠져 걷기가 힘들 정도이다. 한발 딛고 중심잡고 또 한발 내딛고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급기야 앞에 가전 부부는 말다툼을 시작한다. 그리해서 한2km를 내려오니 동네가 보인다. 가시머리(동네이름)이다.

험하던 길이 편해질 무렵 집이 나온다.
그런데 집 앞의 평상에 눈이 쌓였는데 높이가 무려 80cm이상은 족히 되어 보인다.
바람에 날리고, 또 조금씩 녹고 한 것을 감안한다면 1m이상은 쌓였었으리라.
이젠 큰길로 나서 대관령으로 향했다. 저 멀리 우리를 기다리는 버스를 보니 반가움이 앞선다. 그런데 가서 보니 손에 5-6번째 내려 온 것이다. 아직도 90%이상이 내려 오지 않은 것이다.

밥을 먹으러 다시 횡계로 들어섰다.
차가 정차하는 곳을 보니 오호라, 4-5년전에 월정사 들어갈 때 들렸던 집이다.
황태해장국 공장(그 때도 그리 불렀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큰 규모의 식당에서 시원한 해장국을 한 사발 들이키듯 먹고 서둘러 차에 올랐다.
차는 미끄러지듯 조용히 설국을 벗어나고 있었다.

코스
대관령-무선중계소-새봉-풍력발전기-선자령-임도-한일목장뒷길-깃틀이골-가시머리-대관령

시간
10시30분 : 대관령 출발
11시00분 : 국사서낭당
11시38분 : 삼양목장 조망
11시44분 : 새봉도착
12시40분 : 풍력단지도착
12시50분 : 선자령도착
13시00분 : 임도도착(간식)
13시30분 : 하산
13시40분 : 갈람길(깃틀이골선택)
15시00분 : 가시머리마을 도착
15시30분 : 대관령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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