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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일본의 혼란기를 사실적인 극화로 풀어낸 성인 애니메이션 <동경 표류일기>

  • 입력 2015.06.27 00:06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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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 남궁선정 기자]
  일반적으로 알려진대로 일본은 2차세계대전에서 패망하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피해를 당하면서 국민들 대다수가 실의에 빠지게 된다. 그 때 암담하기만 현실과 일본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보여주던 작품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데츠카 오사무의 <철완아톰>이다. '아톰'은 어떤 어려움에 마주쳐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사력을 다해 악당을 물리치고 정의를 실현한다. 실의에 빠져있었던 일본인들에게 '아톰'은 '새희망'으로 상징된다.   데츠카 오사무와는 달리 어린이들이 아닌 성인들을 독자 대상으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리얼하게 담아낸 타츠미 요시히로는 '극화(게키가)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과장된 만화체가 아닌 사실체 만화로 성인 만화 시장을 확장시킨다. 영화 <동경 표류일기>를 연출한 싱가폴 출신의 유망있는 에릭 쿠 감독은 타츠미 요시히로의 자전적인 만화 인생을 담은 [극화표류]에 기초하여 만들었다.
  <동경 표류일기>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1945년에 있었던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지옥’, 공장 노동자와 그의 애완 원숭이의 도시 생활 적응기 ‘내 사랑 몽키’, 퇴직을 앞둔 한 남자의 슬픈 바람 ‘남자 한 방’, 만화가의 웃지 못할 예술혼 ‘안에 있어요’, 그리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양공주의 한 맺힌 마음 ‘굿바이’, 이렇게 여섯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다.
   영화는 타츠미의 일생을 쫓아가면서 왜 그가 만화를 그리게 되었고, 어쩌다가 극화로 빠져들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아동용 만화를 그리다가 슬럼프에 빠진 타츠미는 성인만화잡지의 편집자와 만난 후 공중 화장실 벽에 그려진 낙서를 보게 된다. 가장 노골적이고 천박하게 그려진 그림과 이야기들, 인간의 마음 가장 아래에 침잠해 있는 가장 생생한 이야기들을 그리고 싶은 추동에 타츠미는 성인만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는 꿈과 희망이 아닌 지금 자신이 처해 있는 시궁창 같은 현실을 낱낱이 헤쳐 '극화'로 풀어낸다.
  <동경 표류일기>는 타츠미의 전기영화로서도 흥미롭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대표작들을 각각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관객들을 흥분시킨다. 그의 만화가 살아 움직이고, 캐릭터들이 생명력을 가지고 극을 이끌어간다는 점은 '극화'를 창시한 그의 면모를 볼 수 있기에 더욱 흥미롭다.
   다만 일본의 전후를 피해자로써 그리고 있는 점은 조금 안타깝게 느껴진다. 물론 전쟁을 주도했던 사람들과 세력들은 그와 관련이 없겠지만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피해의식은 한국관객들에게는 미묘하게 다가온다. 영화 자체로는 하나의 '작품'이기에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일본인들의 군국주의와 피해의식은 달갑지 않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성인 만화 ‘극화’의 시작으로 일본 만화의 독자층을 더욱 넓히며 새로운 만화 흐름을 가져온 타츠미 요시히로의 만화 인생과 그의 다섯 작품을 담은 <동경 표류일기>는 7월 2일 국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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