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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설정이 망친 ‘뿌나’의 후광효과

드라마 리뷰: 부탁해요 캡틴 1, 2회

  • 입력 2012.01.09 11:34
  • 기자명 이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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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새해 벽두부터 방송 3사의 드라마 전쟁이 뜨겁다. 아닌 게 아니라, 작년 한 해 동안 SBS 드라마들의 기세에 눌려있던 KBS, MBC는 단단히 칼을 갈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MBC는 주로 월화드라마 시간대에 배치하던 사극을 실로 오랜만에 수목드라마 시간대에 배치함으로서 연초부터 기선제압을 하려는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덕분에 캐스팅 과정에서 여러모로 잡음이 생겨나고 있으며, 사극임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생방촬영체제로 돌입한 ‘해를 품은 달’이 수목드라마 시간대에서 방영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MBC의 모험수는 성공을 거두었다. 방송 3사 새 수목드라마 동시에 스타트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MBC ‘해를 품은 달’이 18%(1회) ▷ 19.9%(2회)의 시청률로서 일찌감치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그에 반하여, 2011년 최고의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던 ‘뿌리깊은 나무’의 후속작인 ‘부탁해요 캡틴’은 9.2%(1회) ▷ 10.5%(2회)의 시청률 추이라는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나마 7.1%(1회) ▶ 6.7%(2회)의 시청률 추이를 기록한 ‘난폭한 로맨스’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해를 품은 달’이 일찌감치 너무 앞서가도록 허용한 점은 실로 뼈아플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해를 품은 달’의 대박급 첫 주차 시청률은 일정부분 ‘뿌리깊은 나무’의 후광효과에 기인하고 있다. ‘뿌리깊은 나무’의 진한 여운을 잊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동시에 스타트된 방송 3사 새 수목드라마들 중에서 ‘이왕이면 사극!’이라는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뿌리깊은 나무’가 종영되기 이전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하였던 ‘부탁해요 캡틴’은 다된 밥상을 스스로 걷어차 엎어버린 꼴이다. ‘뿌리깊은 나무’는 요 근래 보기 드문 명품-명작 드라마였다. 극본-연출-연기가 환상적인 앙상블을 보이며 1회 방영부터 명품사극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 ‘뿌리깊은 나무’의 후속작이라면 시청자들은 응당 명품-명작 드라마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막상 ‘부탁해요 캡틴’의 1회는 그야말로 막장의 연속이었다. 시트콤에서나 벌어질 듯한 사고로 만삭의 산모가 비행기 안에서 출산을 하다가 사망하고, 알고보니 그 산모의 남편이 비행기를 조종한 기장이고,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들인 부기장과 스튜어디스는 질질 짜기만 해대고, 급기야 아내를 잃은 기장마저도 어이없는 교통사고로 연거푸 죽어버리고 말았다.

오죽하면 ‘부탁해요 캡틴’ 1회를 본 네티즌들이 ‘상조회사에서 협찬을 받는 드라마’ 혹은 ‘국내 최초의 상조드라마’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알다시피 ‘부탁해요 캡틴’이 첫 방영을 시작한 날짜는 2012년 1월 4일이었다. 새해를 맞이하여 밝게 활기차게 긍정적인 마인드로서 신년계획을 짜고 싶은 시청자들에게 있어서 막장스런 설정의 비극들이 쉴 새 없이 연속되는 드라마는 부담을 넘어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다진(구혜선)’이라는 여주인공에게 비극의 쓰나미가 몰아쳐 나락으로 떨어뜨려 버리는 1회의 내용이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살 가능성은 실로 희박했다. 아니나 다를까, 네티즌들의 반응은 비아냥과 비판으로 넘쳐났고, 그 덕분에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되어야할 ‘한다진(구혜선)’에 대한 반응도 비판일색이다.

가뜩이나 구혜선은 ‘여자 장근석’이라 불릴 정도로 허세 이미지가 강하다. 아닌 것 같아도 대한민국 사회는 여전히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한우물만 파라’ 등등의 보수적인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혜선이 단순히 연기자로만 머무르지 않은 채, 영화감독-작곡가-소설가-화가 등등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자 대중들의 반응이 좋을 리 없다. 그로 인하여 가뜩이나 구혜선의 연기를 평가함에 있어서 ‘그래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시선이 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해벽두부터 막장 설정의 상조 드라마가 펼쳐졌으니 그에 대한 비난이 엉뚱하게도 구혜선에게로 쏟아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 캐릭터를 잡아가고 있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첫 주차 방영이 시작되었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일제히 구혜선의 연기가 싸잡아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1회의 흥미도를 최대한으로 올리고 여주인공 ‘한다진(구혜선)’을 캔디로 만들고 싶어도 제작진은 새해벽두라는 첫 방송의 시기를 고려했어야만 했다. 또한 전작이 2011년 최고의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던 명품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였다. 오죽하면 수요일-목요일을 ‘뿌요일’이라며 기대했던 시청자들이기에, 명품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끝나고 한다는 드라마가 막장 설정의 상조드라마라면 반응이 더욱 안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탁해요 캡틴’은 2회에서 두 자릿수 시청률로 올라서면서 향후 시청률이 상승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더욱이 2회부터는 막장 설정이 사라진 만큼 향후 오랜만에 선보여지는 항공소재 드라마로서 흥미도를 최대한도로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일찌감치 앞서가고 있는 ‘해를 품은 달’을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도 있다.

[사진=‘부탁해요 캡틴’ 캡쳐]



※ 본 컨텐츠는 토끼풀(TalkyPool) 공식 블로그에서 제공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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