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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하게 가슴을 때리고 마음을 할퀴는 사랑. 하드보일드 멜로 <무뢰한>

  • 입력 2015.05.13 22:28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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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 남궁선정 기자]
  <신세계>(2013), <남자가 사랑할 때>(2014)를 제작한 사나이 픽처스의 새로운 영화 <무뢰한>은 <초록물고기>의 각본, <8월의 크리스마스>의 각본을 쓰고, 연출 데뷔작 <킬리만자로>(2000)에서 조폭(갱스터)들을 주인공으로 현란한 액션과 과잉된 스타일을 보여줬던 오승욱 감독의 복귀작으로 <무뢰한>은 한 형사가 살인자의 여자를 만나면서, 범인을 잡는다는 목표를 향한 수단으로 만난 거짓에서 여자를 향해 감정을 키워가고, 주인공조차 제 감정이 사랑인 줄 모르는, 폭력적이고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무뢰한’의 행로를 그리는 하드보일드 멜로다. 
    범인을 잡기 위해선 어떤 수단이든 다 쓸 수 있는 형사 정재곤(김남길)은 사람을 죽이고 잠적한 박준길(박성웅)을 쫓고 있다. 그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는 박준길의 애인인 김혜경(전도연). 재곤은 정체를 숨긴 채 혜경이 일하고 있는 단란주점 마카오의 영업상무로 들어간다. 하지만, 재곤은 준길을 잡기 위해 혜경 곁에 머무는 사이 퇴폐적이고 강해 보이는 술집 여자의 외면 뒤에 자리한 혜경의 외로움과 눈물, 순수함을 느낀다. 오직 범인을 잡는다는 목표에 중독되어 있었던 그는 자기 감정의 정체도 모른 채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언제 연락이 올 지도 모르는 준길을 기다리던 혜경은, 자기 옆에 있어주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영화는 절제한다. 재곤과 혜경의 감정을 끝날 때까지 절제한다. 둘의 감정도 그리고 둘을 지켜보는 관객들도 절제한다. 형사와 살인자의 여자, 극단의 남녀가 만나 감정이 생기지만 둘은 절대로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밑바닥 인생을 전전하고, 애인이라 믿는 남자에게 돈을 갈취당할지언정 혜경은 결코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에게 감정을 품고 있는 재곤을 향해 마음을 쉽사리 열어주지 않는다.   혜경은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으며 안주하고 싶어하고, 술집 여자라도 자신에게 애정을 쏟는 준길에게 믿음을 주지만, 그를 완전히 믿지는 못한다. 재곤은 혜경에게 같이 살까, 라고 슬쩍 떠보며 그걸 믿냐고 얼버무리기만 할 뿐 서툰 남자인 재곤은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깨닫지도 못한다. 그녀가 곁에서 떠나면 얼마나 아파하고 힘들어할지 예상도 못한 채...
  타인에게 상처받기 싫어 홀로 외롭게 성을 쌓는 것처럼 다가오는 재곤을 거절하는 혜경은 그 성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재곤에게 문을 열어주는 듯 하다가도 갈팡질팡 마음을 정하지 못한다. 그리고 준길이 재곤의 수사범위에 잡혔을 때 혜경은 용서할 수 없는 배신감에 치를 떤다. 재곤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수사가 끝나고 잠적한 혜경을 계속 찾는 재곤은 드디어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다. 이 또한 사랑이었음을. 처절하게 가슴을 때리고, 마음을 할퀴는 것처럼 온 몸의 신경세포가 아픈 사랑이라는 감정에 어쩔 줄 몰라하는 재곤은 혜경을 찾아 나름대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한다. 하지만 혜경은 무자비하게 재곤을 대한다. 그리고 그녀 또한 이 또한 사랑이었음을 깨닫고 무너진다.   영화 <무뢰한>은 혜경과 재곤이라는 두 캐릭터의 감정의 절제를 수려하게 표현한다. 감정을 드러내거나 마음껏 발산하지 못하는, 아니 발산하지 않는 혜경과 재곤은 감정의 늪에 빠질 뿐이다. 둘은 감정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감정에 직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영화는 여타 하드보일드 영화와는 달리 여주인공이 대상화되고 객체화된 여성이 아닌 살기 위해 극렬하게 몸부림치는 여성의 사랑을 시종일관 절제되게 표현한다. 그리고 이 캐릭터을 멋지게 살린 전도연의 연기는 무서울 정도로 혜경이라는 인물을 연기한다.
  외롭지만 사랑에 빠지지 않고 살기위해 버둥거리는 여자,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른채 어설픈 사랑 밖에 모르는 남자의 가슴을 후벼파는 것만 같은 사랑을 그린 영화 <무뢰한>은 5월 27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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