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투데이뉴스 남궁선정 기자]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라는 맹자의 성선설은 사람의 본성은 선하지만 나쁜 환경이나 잘못된 욕망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악행을 한다는 설이다. 영화 <튜브>(2003) 이후로 12년 만에 새로운 영화를 선보이는 백운학 감독의 <악의 연대기>는 정의의 정점에 서 있는 한 경찰이 피치 못할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발생하는 스릴러로 사람의 악의(惡意)를 정면으로 풀어낸다.
특급 승진을 앞둔 최반장(손현주)은 회식 후 의문의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위기를 모면하려던 최반장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승진을 위해 사건을 은폐하기로 결심한다. 이튿날 아침, 최반장이 죽인 시체가 경찰서 앞 공사장 크레인에 매달린 채 공개되고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힌다.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담당하게 된 최반장은 좁혀오는 수사망에 불안감을 느낀다.
최반장은 자신의 실수를 덮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고 재구성한다. 그리고 최반장을 대장처럼 따르는 동재(박서준)는 최반장의 의심스러운 행동을 눈치채고 선배 오형사(마동석)에게 최반장의 이상한 행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던 어느 날, 김진규(최다니엘)라고 이름을 밝힌 한 남자가 자신이 진범이라며 경찰서에 나타나는데…
영화 <악의 연대기>는 치밀하다. 내러티브도 배우들의 연기도 그리고 극을 이끌어 가는 연출도 치밀하다. 영화의 치밀함은 네 명의 캐릭터가 잘 정립되어 있고, 우발적 사건으로 인해 변화해가는 인물들의 변화도 설득력이 있고, 개연성이 있는 사건의 깊이와 이 모든 이야기를 구현해내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모든 것을 조율하는 감독의 뚝심있는 연출은 영화의 완성도에 빛을 발한다.
최반장, 오형사, 동재, 김진규. 이 네 명의 캐릭터 어느 한 명의 시선을 따라가던지 영화 자체의 내러티브가 탄탄해서 관객들에게 재미있는 해석과 관람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최반장은 본청 승진을 위해 우발적 사건을 덮으려는 의도를, 오형사는 객관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도를, 동재는 젊은혈기에 정의감을 발휘하려는 의도를, 그리고 김진규는 감춰진 의도를 가지고 사건에 중요한 실마리를 간직하고 있다.
영화는 사람의 악한 행동이 '우발적 행동'이라는 실수로 '악의(惡意)'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해석한다. 영화는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의 잘못된 선택이 타인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고, 피해를 입은 사람은 해를 입힌 사람의 악의를 절대로 잊을 수 없는 평생의 상처로 남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최반장, 오형사, 동재, 김진규에게 얽힌 사건은 과거의 한 사건으로 연결되면서 영화는 머리를 번쩍 치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그리고 '악의(惡意) 연대기'라는 제목 그대로 맞아 떨어지는 일련의 사건 전말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서늘한 긴장감과 허를 찌르는 반전에 의한 놀라움마저 전달한다.
치밀하게 관객들을 몰고가는 밀도 높은 이야기와 예상치 못한 반전, 그리고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로 완성된 웰메이드 스릴러 영화 <악의 연대기>는 5월 14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