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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LDP무용단, 신작 ‘12MHz' & 'Graying’

  • 입력 2015.04.06 19:15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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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현대무용의 젊은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LDP무용단이 지난 4-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LG아트센터에서 신작 ‘12MHz&Graying’ 공연을 개최했다.

LG아트센터가 직접 제작에 나선 이번 LDP무용단의 신작 공연은 양일에 걸쳐 3회가 공연되었다. 총 1,103석에 달하는 LG아트센터의 객석은 전 회가 1, 2층은 입추의 여지가 없이 꽉 들어찼고 3층마저도 빈 좌석은 극히 드물었다. 무용단 단독 공연으로는 이례적인, 가히 폭발적인 관객 동원력이다.

공연은 1, 2부로 나뉘어 1부에서는 김판선 안무의 '12MHz', 2부에서는 신창호 안무의 ‘Graying'을 선보였다. 두 작품에서는 역시나 LDP무용단만의 실험적이면서도 강렬한 특색이 묻어났다. 시각, 청각적인 효과에 더해진 무용수들의 파워풀한 몸짓,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화려한 군무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저절로 엄지를 들어 올리게 한다.

‘12MHz’ (안무 김판선, 출연 강혁, 길서영, 김성현, 류진욱, 안남근, 양지연, 위보라, 이경진, 이선태, 이주미, 임샛별, 임종경)

1부 공연 ‘12MHz’는 ‘소리의 보이는 관계’에 집중했다. 무대 전체를 가로질러 설치된 24개의 스피커와 그 곳에서 뿜는 전류에 반응한 12명의 남녀 무용수들은 충돌과 대립을 반복하며 반응하다 고유한 특성을 지닌 12개의 주파수로 진화한다.

일레트로닉 사운드에 맞춰 개인에서 전체로 때로는 한 덩어리로, 그러면서도 각자의 몸짓으로 반응하는데, 그것은 마치 소리의 음향 그래프를 사람의 몸짓으로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특히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배경 음악으로 흘러나올 때는 무용수들이 마치 악장 속 악기나 음표가 된 듯 특정 파트에서 움직이고 정지하고 또 다시 튀어나오기를 상호 반복하다 음악의 하이라이트 부분에 이르러 12명 전 무용수들의 군무가 펼쳐지는데 이때의 화려하고 웅장한 분위기는 실로 압권이다.

또한 여성 무용수들의 활약은 이 공연의 빼놓을 수 없는 관전포인트다. LDP무용단 특유의 강렬하고 파워풀한 작품 속에서 각자 한 개의 주파수를 연기한 여성 무용수들은 독무부터 군무까지 남성 무용수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힘과 퍼포먼스를 자랑하며 놀라운 조화를 보여준다.

‘Graying' (안무 신창호, 출연 강혁, 김성현, 류진욱, 안남근, 윤나라, 이선태, 임종경, 천종원)

두 번째 공연 ‘Graying'은 생성은 곧 소멸, 소멸은 곧 또 다른 생성을 위한 준비라는 순환을 담고 있다. 공연은 오리엔탈 느낌의 배경 음악과 함께 스크린 영상과 무용수들의 몸짓이 연속된 암전 속에 시작되는데 천장 위 겹겹이 쌓인 커다란 원형의 조형물은 태동과 사라짐의 순환을 그리고, 무대 위 무용수들은 나타나고 사라지고 멈추고 쫓아가고 새롭게 등장하고를 반복하며 끝없는 순환의 관계를 보여준다.

그렇게 점차 무용수들의 몸짓이 격렬해지면 조형물은 고정된 모습을 깨고 넘실대며 춤을 추다 고요함 속에 바닥으로 뻗어오는데 이 때 홀로 남은 무용수가 순환의 고리 중심으로 들어서고, 고리는 순차적으로 밝은 빛을 뿜으며 신비로운 장관을 이룬다. 이는 마치 우주의 무궁한 존재 속 인간 또한 그 순환의 존재 중 하나임을 상징하는 듯 했다. 무용수는 순환의 고리를 중심으로, 존재하는 듯 했으나 소멸하고 소멸했으나 다시 존재하는 모습으로 공연 전체의 메시지를 직접적인 이미지로 표현한다.

조형물이 다시 제자리를 찾으면 무용수들의 본격적인 춤판이 벌어지는데 누구는 덩실덩실, 누구는 미친 듯이, 누구는 살랑살랑, 그렇게 나홀로 춤판이 한바탕 지나가면 그들은 각자의 분위기로 마지막 군무에 나선다.

여덟 명의 남성무용수들이 너울너울 군무를 추는 이 엔딩은 LDP무용단 특색을 단번에 보여줌과 동시에 객석에 강렬한 인상을 심는다. 이윽고 ‘흥’의 삼매경에 도취했던 그들이 하나 둘 소멸되면 홀로 남은 이가 또 다른 춤사위를 이어간다.

‘대표 레파토리’로 기억되고 싶다는 LDP무용단의 이번 신작은 ‘노코멘트(안무 신창호)’를 이을 대표작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이번 두 작품을 통해 드러난, 추상적인 현상 내지 형상에 대해 관객들로 하여금 '보게 하는' LDP의 능력은 실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다분히 실험적이지만 역동성이 살아있는 그들의 무대는 ‘역시 LDP다’라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이르고, 2015년 신작 발표회는 그렇게 대성황에 마무리 됐다.

이에 LG아트센터의 한 관계자는 연예투데이뉴스에 “LG아트센터는 개관이래 현대무용 관객 저변 확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가능성 있는 안무가들이 전적으로 작품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좋은 시스템과 좋은 무대를 제공해 주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창단 후 15년간 도전적이고 독창적인 작품들로 자신들만의 색깔을 구축해 오고 있는 LDP와의 첫 작업도 그런 맥락에서 시작되었다. 특히 LDP 무용단의 신창호, 김판선 안무가는 앞으로 한국 현대무용계를 책임질 실력 있는 안무가로서, 이들 무용단의 젊은 에너지와 LG아트센터의 컬러가 매우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애초 이들과의 만남이 불러올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관객들의 호응은 예상을 넘을 정도로 대단했다. 무용은 언어의 장벽이 없어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저변확대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장르라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도 이들의 작업을 통해 우리 관객들이 현대무용과 더욱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LG아트센터와의 신작 기획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LDP무용단은 오는 9월 4일-5일에 걸쳐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015 LDP 정기공연이 예정되어 있으며, 오는 7월과 12월에는 각각 미국 디트로이트 초청공연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초청공연 등의 해외 공연에서도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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