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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된 영국식 감성 느와르 <런던 블러바드>

  • 입력 2012.09.06 01:18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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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디파티드>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한 윌리엄 모나한이 각본, 제작, 감독까지 맡은 영화 <런던 블러바드>는 차가운 영국식 느와르 장르를 위트가 곁들어진 스타일리쉬한 범죄이야기로 만들어냈다.
 교도소에서 나온 뒤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려는 미첼(콜린 파렐)은 갱스터가 되지 않기 위해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집 안에 숨어 지내는 여배우 샬롯(키이라 나이틀리)의 보디가드가 된다. 그녀를 위해 막무가내인 파파라치를 막으면서 미첼과 샬롯은 단순한 보디가드와 여배우 이상의 감정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낮에는 여배우의 보디가드로 일하지만 밤에는 미첼을 지겹게 따라붙는 갱스터 보스가 그를 방해한다. 갱스터 보스는 새 출발하려는 그를 내버려두지 않고 범죄현장으로 유인하고, 미첼은 어쩔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런던 블러바드>의 스토리는 어떻게 보면 흔한 범죄이야기이다. 하지만 영화의 특징은 차갑게 내뱉는 영국식 억양 속에서 절제된 분노를 표출하는 콜린 파렐에게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갱스터 보스의 끈질긴 유혹을 떨쳐버리고 싶은 남자의 고독을 표현하는 콜린 파렐은 마치 자기 옷을 입은 것 마냥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미국식 갱스터 무비가 핏줄을 세우고, 얼굴을 붉혀가며 한껏 분노를 표출하는데 반해, 영국식 위트가 살아있는 <런던 블러바드>는 최대한 분노를 감추고 마치 일상의 대화처럼 툭툭 던지는 대화로 분노를 위장한다. 주고 받는 대화의 내용은 살벌하기 그지 없지만, 대화의 분위기는 마치 냉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면처럼 느껴진다. 세상을 등진 여배우처럼 세상과 담을 쌓기 위해서가 아닌 피도 눈물도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방식처럼 보인다. 감옥에서 출소한 이후 세상일에 달관한 듯이 보이는 것도 결국은 살기 위한 일종의 방편일 뿐으로 보인다.

 영화속 묘미는 또 있다. 익히 들은 클래식한 영국 락 명곡들이 차가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와는 반대로 오히려 정겹게 들리기까지 한다. Yardbirds의 Heart Full of Soul과 The Box Tops의 The Letter를 비롯해 Bob Dylan과 Rolling Stones 등 여러 밴드의 곡이 스크린을 채운다.
  윌리엄 모나한 감독의 영국식 감성 느와르 영화 <런던 블러바드>는 9월 13일 전국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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