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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앵콜 'ASAC 몸짓콘서트' 미친 춤쟁이들의 뜨거운 몸짓, 즐겨라!

  • 입력 2015.03.16 17:38
  • 기자명 이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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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이은진 기자] 지난 13일-15일, 대학로에 위치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아르코와 함께 하는 ASAC 몸짓콘서트'(이하 '몸짓콘서트')가 개최됐다.

이번 아르코 무대에 올려진 '몸짓콘서트'는 당초 지난해 (재)안산문화재단이 주최한 'ASAC몸짓콘서트‘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가 공동주최로 나서 공연 예술의 중심 대학로로 위치를 옮겨 개최된 앵콜 공연으로, 최근 국내 현대무용계의 핫 트렌드로 각광받는 최고의 댄스컴퍼니가 참여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공연에 서는 무용수들이 표를 팔아야 하는 실정”은 어느새 “호랑이 담배 먹을 적” 이야기가 된 듯 했다. 안산 초연의 매진 사례를 당당히 이어간 이번 공연은, 특히 마지막 공연에서는 초대명단의 관람여부를 물어 잔여석을 확인해야 할 정도로 초대박 사례를 낳아 눈길을 모았다.

 

‘몸짓콘서트’ 본 공연의 포문을 연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Body Concert’는 총 10장의 구성 중 오프닝을 무대에 올렸다. 강렬한 사운드에 맞춰 간결한 듯 호쾌한 액션을 뽐낸 무용수들의 몸짓과 군무는 화려한 시너지를 폭발하며 객석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스트릿댄스의 색채가 강한 초반부를 지나자 뜬금포로 헨델의 ‘울게하소서(Lascia ch'io pianga)’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가 하면 홀로 남은 무용수가 크럼프 동작 같은 안무를 수십 번 반복하며 ‘호이짜! 호이짜!’를 연신 내뱉는 모습은 ‘병맛’코드의 웃음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객석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추구하는 ‘장르도 없고 개념도 없지만 우리가 원하는 춤’의 색깔과 개성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작품의 연출과 안무를 맡은 김보람은 공연 이후 연예투데이뉴스와의 만남에서 “무용으로 전향하기 전 방송에서 춤을 췄었고, 본격적으로 무용을 시작한지 2년쯤 지났을 때 만들게 된 작품이다. 내가 생각하는 춤.. 무용, 힙합, 장르 그런 개념을 떠나서 단지 내가 좋아하는 춤으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콘서트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Body Concert’를 계획했는데 그게 벌써 2010년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관객 분들이 꾸준히 호응해주신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몸짓콘서트’의 두 번째 무대는 최수진 댄스컴퍼니의 ‘gription’(잡아서 끄는 힘)이 공연됐다. 지난 안산 공연에서 ‘댄싱9’ 시즌2에서도 함께한 오랜 단짝친구 이윤희와 ‘여-여’ 안무로 선보였던 이 작품은 현대무용수 남진현과 만나 새롭게 진화했다.

불연 듯 찾아오는 예상치 못한 일들을 대처하기 위한, 그 영역에 맞서는 힘을 가지거나 혹은 순순히 끌려가거나.. 현실의 갈등과 수용이 곧 삶의 실제임을 제시한 이 작품은 고요한 집중 속에 흘러가는 스토리텔링과 두 무용수들의 몸짓에 흠뻑 매료된다. 여자는 한 남자의 계속되는 제시와 방향을 거부하는데 뜻하지 않은 사건을 만난 회오리 속 여자는 결국 남자의 잡아당김에 이끌리고, 이후 두 사람은 자신들의 힘으로 운명을 끌어가기 위한 몸짓을 이어간다.

이후 최수진은 인터뷰를 통해 “나의 삶은 무엇이 잡아당기고 있으며 무엇에 끌려가고 있는가, 그러한 삶의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을 담아보고 싶었다.”며 작품의 계획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작품을 새롭게 구상하게 된 기간이 굉장히 짧았고 촉박했는데 남진현 씨가 잘 맞춰줬고 호흡이 좋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공연을 무사히 잘 마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빈틈없는 완벽한 몸짓을 보여준 무대에 비해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세 번째 무대는 무버가 선보인 ‘안녕 에피소드’였다. ‘안녕’ 전체공연 중 한 단락이 공연된 이 작품에서는 이제 막 이사를 온 식구들이 집안 가구의 배열과 주도권 싸움의 일환으로 눈치작전과 신경전에 이어진 리얼 ‘방석패기’가 시작된다. 배우들의 완벽한 합이 만드는 슬랩스틱에 객석은 연신 웃음이 터져 나오는데, 특히 첫 공연에서는 객석에서 어린 아이인 듯한 앳된 목소리의 무방비 웃음소리가 터져 나와 객석 전체가 그와 함께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엄마, 아빠로 보이는 두 인물이 때리고 맞고 뿜고 자빠지는 치열한 전쟁이 계속되는 사이, 정작 아이는 룰루랄라~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집기들을 배열하고 진정한 ‘위너’에 등극하는데 이제 좀 잠잠한가 싶은 때에 거센 풍파가 몰아치자 가족들은 허둥지둥 다시 짐을 싸 또 다른 정착할 곳을 향해 거리로 나선다.

이후 네 팀의 모든 공연이 끝난 뒤 김설진은 커튼콜에서까지 츄리닝 패션에 잔뜩 움추린 종종걸음으로 무대에 등장해 끝까지 ‘쭈굴한’ 모습으로 폭소를 자아냈는데 그는 공연 뒤 인터뷰에서 “커튼콜까지 작품을 하는 것이 재밌다. 그래서 작품마다 커튼콜이 좀 다른데 공연은 끝났지만 아직 무대의 연장이기 때문에 작품의 캐릭터와 여운을 이어가는 것이 재미있다.”고 전해 눈길을 모았다.

그러나 도시형 유목민이 되어버린 우리들의 삶에 진정한 ‘안녕’을 묻는 이 공연이 한 단락만 공연된 점은 작품의 전체 기획의도를 파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일말의 아쉬움이 남았다. 이 부분에 대해 김설진은 “지난 해 12월 말, 이틀간 전체 작품을 공연한 적은 있다. 소극장 공연으로 제작된 작품이라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좀 아쉽고, 이번에 올려진 공연이 그 중 일부여서 ‘안녕 에피소드’라고 제목을 정하게 됐다.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전체 작품을 공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몸짓콘서트’의 대망의 피날레는 LDP 무용단의 대표작 ‘노코멘트’가 공연됐다. 스타 무용수가 대거 포진한 LDP 무용단의 ‘노코멘트’ 3일 공연은 매회 다른 라인업을 선보여 관람객들 사이 또 다른 흥미진진한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고요함 속에 가슴을 때리며 요동치는 심장을 표현한 도입부는 언제 보아도 실로 압권이다. 또한 건장한 남성 무용수들이 온몸으로 전하는 이미지 동작들은 극한의 역동성과 에너지를 분출하며 객석으로 뻗어나간다. 강렬하면서도 절제된 표현과 마침내 폭발할 듯 솟구치는 그들의 몸짓은 관람객 한 명 한 명의 심장을 펄떡이게 하고 무대 위 그들과 더불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공연 후 ‘노코멘트’의 연출과 안무를 맡은 신창호 전 LDP 대표는 “LDP 무용단은 스타 무용단으로 기억되기보다 대표작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하며 “매 공연에 뜨겁게 성원해주시는 만큼 LDP는 앞으로도 실험적인 시도와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보다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한편, 네 팀의 각 연출자들은 현대무용의 다양한 개성이 총 망라된 ‘몸짓콘서트’와 같은 공연이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되길 바란다고 전하며 공연을 주최한 (재)안산문화재단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에 감사를 전했다. 더불어 “이러한 공연이 계획되기 위해서는 역시 좋은 작품이 바탕이 되어야하고 무엇보다 관객들의 성원이 뒷받침 되어야한다. 앞으로도 현대무용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바람을 전했다.

(재)안산문화재단은 앞으로 '몸짓콘서트'를 포함 연극, 국악, 무용 등을 총망라한 'ASAC 몸짓페스티벌'을 기초 예술장르에 대한 지역 관객들의 관심과 참여를 증폭시키고, 무용, 마임 등의 ‘몸짓 언어’ 장르의 활성화 지원을 목표로 'ASAC 몸짓콘서트'를 대표적인 브랜드 프로그램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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