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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법의 테두리가 절대악을 정당하게 처단하는가. 영화 <살인의뢰>

  • 입력 2015.03.02 22:55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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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 남궁선정]
  질문 하나, 만약 사랑하는 가족이 아무 이유도 없이 잔인하게 살인되었다면 그 살인범을 사형에 처해야 하는가? 질문 둘, 만약 사형이 구형되어도 집행되어지지 않는다면, 그 살인범이 교도소에서 살아있다면, 그 살인범을 직접 처벌할 것인가?
  손용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살인의뢰>는 이 두가지 질문의 메세지를 영화가 끝날 때까지 놓지 않는다. 영화는 사랑하는 여동생이 연쇄살인범에 의해 살해된 후 남은 가족들에 조명한다. 강력계 촉귀신이자 베테랑 형사인 태수(김상경)는 어느 날 우연히 뺑소니범 조강천(박성웅)을 잡게 된다. 하지만 단순 뺑소니범이라고 생각했던 조강천의 차에서 수많은 혈흔과 머리카락이 발견되고, 그가 전국을 들썩이게 한 동남부 연쇄실종사건의 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범인을 잡고 실종사건이 결국 연쇄 살인사건이라는 것이 드러나며 수사는 급물살을 탄다.    그러던 중 강천의 마지막 범행 대상이 태수의 여동생 수경(윤승아)으로 밝혀져 태수는 충격에 휩싸인다. 태수는 강천에게 수경의 행방을 묻지만, 강천은 찾아보라는 말만 남긴 채 입을 다문다. 그리고 강천에게 아내를 잃은 또 다른 남자 승현(김성균)은 슬픔과 분노를 견디지 못한 나머지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그 후로 3년, 조폭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태수는 누군가 감옥 안의 강천을 표적으로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사형선고를 받은 강천을 죽이려는 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표적이 된 강천을 지킬 수도, 죽일 수도 없는 태수, 그의 앞에 사라졌던 승현이 다시 나타난다.    영화를 관통하는 두 가지 획은 사형제도와 사적복수에 관한 내용이다. 잔인한 절대악 살인범을 법의 테두리가 과연 정당하게 처벌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처벌이 정당하지 못하다면 피해자의 가족은 그 살인범을 법의 테두리가 아닌 자신의 힘으로 처벌해도 되는지.
  영화 <살인의뢰>에 담겨져 있는 메세지는 관객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준다. 씻기지 않는 아픔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인 복수를 선택하는 남겨진 가족이 인륜을 버린 흉악범을 처단하고, 아무리 잔인한 범죄자일지언정 법은 함부로 그 범죄자를 처단하지 못한다.
    영화는 사형과 사적복수, 이 두가지에 대립각을 세우고 드라마를 전개한다. 하지만 내러티브가 전개되는 드라마의 밀도는 생각만큼 촘촘하지 못하고, 전달하는 내용에 비해 극적인 긴장감은 조밀하지 못하다. 자꾸 변환되는 영화의 시점은 관객의 몰입을 어지럽게 하고, 늘어지는 드라마 전개는 안타깝다.
  절대악을 연기한 조강천이 날카로운 도구로 위협당하며 샤워실에서 벌어지는 알몸 난투액션씬들은 그간 국내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스펙터클로 관객들의 허를 찌른다. 박성웅은 전무후무한 절대악 조강천 캐릭터로 무시무시한 악의 정점을 찍으며 카리스마 넘치게 연기한다.
  사형이 집행되지 않은 지 17년. 유명무실한 사형제도에 대한 고찰, 그리고 잔인한 범죄자를 향해 사적복수를 꿈꾸는 남겨진 사람들. 정의가 이기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는 장르적 재미를 가진 영화 <살인의뢰>는 3월12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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