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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의 가벼움, 그리고 사건을 추적하는 언론을 향한 뼈아픈 윤리의식.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

  • 입력 2015.01.30 23:26
  • 기자명 남궁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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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투데이뉴스=남궁선정 기자]
  2011년 국내에서 개봉해 큰 반향을 일으킨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영화 <고백>은 탄탄한 내러티브를 가진 원작이 있었다. <고백>은 일본의 추리소설가 미나토 가나에의 원작으로, 그녀는 미야베 미유키와 함께 일본 추리소설계의 여성작가로서 단단한 입지를 가지고 있으며 국내에도 많은 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이미 작년 부천국제영화제에서에서 선보인 미나토 가나에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작가 특유의 사회성 짙은 메시지로 <고백>의 신드롬을 잇는다.
   사건, 사고를 추적하는 TV 프로그램 계약직 조연출이자 열혈 트위터리안 ‘유지’(아야노 고)는 RED_STAR라는 아이디로 맛집을 다니며 품평을 삼는 일에 매달리고 있었다. 대중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찾던 중 옛 여자친구 '미사코'(렌부츠 미사코)의 전화로 ‘백설공주’ 비누 회사에서 근무하는 미모의 여직원 '노리코'(나나오)가 나가노 국립공원 안에 있는 시구레 계곡 숲 속에서 칼에 잔인하게 찔린 뒤 불에 타 살해된 사건을 알게 된다. 흥미로운 화제거리라는 생각에 ‘유지’는 '노리코'의 회사동료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하고, 사건 이후 갑자기 사라진 같은 회사 동료 ‘미키’(이노우에 마오)가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유지’는 ‘미키’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정황과 인터뷰 내용을 자극적으로 편집한 방송을 내보내고, 그의 취재 내용은 순식간에 화제로 떠오르며 온라인을 달구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의문의 한 시청자로부터 “당신의 방송은 모두 거짓말이다”라는 항의 편지가 도착하는데…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정황'만으로 그리고 사람들의 악의 섞인 '뒷담'만으로도 무고한 한 사람을 범죄자로 몰고가는 지금의 세태를 꼬집는다. 소심하고 이성 앞에서는 숫기도 없는 '미키'가 어느 새 잔인한 살인자로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인터넷에서는 마녀사냥을 당한다. 이런 사태에 더욱 불을 붙은 건 다름아닌 미디어, 특히 TV 매체의 영향력이 혁혁한 공로를 세운다.
  악마의 편집이라고 불리는 제작진의 '의도편집', 인터뷰 내용이라도 자막과 함께 교묘하게 편집해 마치 '미키'가 범죄자임을 확실하다는 뉘앙스를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방송에 출연한 사회자와 패널들은 더욱 더 이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물론 이런 편집에 일조를 한 것은 무엇보다도 같은 동료들의 시기와 질투심이다. 단지 묵묵히 일하고 있는 '미키'에게 '노리코'는 그녀의 미모를 앞세워 '미키'를 당황하게 만들고, '노리코'는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또 다른 동료를 면박주기도 한다.
  같은 동성을 향한 추악한 질투, 그리고 같은 동료를 하인처럼 다뤘던, 외모만 예쁜 '노리코'의 외모 지상주의 사고 방식은 타인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고, 결국 그녀 자신에게도 비극의 씨앗을 뿌린 셈이 되어버린다.   영화는 편집기사(소메타니 쇼타)의 입을 빌어 이 영화의 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건과 과거를 이야기하는 타인의 진술이 정말 사실일까?라는... 기억이란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작된 단편적 사실이고, 그런 기억은 미화되거나 자신의 방식으로 더욱 남겨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사건은 다르게 기억되기 마련이다.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쉬지 않고 영화의 메시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단순히 뱉어놓은 SNS의 글들은 익명성이라는 이름 하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또 다른 '진실'을 만들어 내고, 미디어는 윤리의식도 없이 떠도는 이야기를 멋대로 조작하여 시청자를 우롱한다.
   2007년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2010년 <골든 슬럼버> 등의 작품으로 원작 소설을 영화로 고스란히 옮기는 실력이 탁월한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이 연출한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2월 12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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