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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을 위해, 그리고 국가를 위해 전장으로 뛰어든 영웅.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

  • 입력 2015.01.06 00:31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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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대의명분으로든 살상이 주가 되는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전쟁 속으로 뛰어들어가야만 하는 경우 함께 싸우고, 서로의 등을 책임져 주는 전우들을 위해서라면,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전쟁터로 가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원제: American Sniper)는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전우들이 생길까봐 오직 전장에서 싸우는 전우들을 위해 이라크 전쟁에서 '저격수'로서 활약했던 ‘크리스 카일'의 실화를 다룬다. 영화는 공식 160명, 비공식 255명을 저격 사살해 미군사상 최다 저격 기록을 가진 미 해군 네이비 실(NAVY SEAL) 전설의 저격수 ‘크리스 카일’의 실화로 무려 1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부문 20주간 1위를 기록한 동명의 베스트셀러 자서전을 원작으로 한다.
  녹색 얼굴의 악마들, 전쟁의 종결자 네이비 실 사이에서도 전설이라 불렸던 남자 ‘크리스 카일’(브래들리 쿠퍼). 총알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도 군인들이 적을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의 스나이퍼가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신은 그에게 관용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여인 '타야'(시에나 밀러)와 결혼식을 올리고 단 4일간의 허니문, 첫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에도 크리스는 전쟁터를 떠나지 못한다. 더 이상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아닌 것 같다는 아내 타야의 눈물에도 크리스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한 명의 전우를 더 살리기 위해 다시 이라크로 떠나 적에게 총구를 겨누는데…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2010년 작 <허트 로커>를 떠올리게 한다. 무척 다르지만 두 영화는 어딘가 닮아있다. 전쟁이 주는 긴장과 스릴을 잊지 못하는 윌리엄 제임스와 '레전드'라 불린 저격수의 아픔은 묘하게 비슷하다.
  크리스는 1차 파명부터 '레전드'라 불리며 함께 전쟁터에서 생활하는 전우들로부터 칭송을 받는다. 하지만 크리스의 저격 사살수는 추켜세울 정도로 하당한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대전차 수류탄을 든 소년과 여자를 저격해야만 했고, 바주카포를 장난으로 든 어린 아이에게 총구를 겨눠야만 하는 순간도 있었다. 크리스는 아군을 위협하는 사람들을 저격하면서도 오로지 한 가지만 마음에 새긴다. '나는 오늘도 동료들을 살려냈다고...'   영화는 크리스가 속해 있는 해군 특수 부대 3팀 내의 팀원들과 가족처럼 지내고, 가장 위험천만한 임무를 맡으며 생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서로에게 끈근한 유대감을 느끼게 되는 관계를 그려낸다. 이들 군인들에게 왜 군복무를 하는지, 왜 자꾸 파병에 나가는지를 물으면 분명 조국을 위해 싸운다고 답하겠지만 더 깊이 파고 들면 옆에 있는 전우를 위해서 싸운다고 대답할 정도로 진정한 전우애를 나눈다.
  전우인 '비글스'(제이크 맥더맨)가 얼굴에 총상을 입고, '마크'(루크 그라임스)가 전장에서 목숨을 잃자 크리스는 동료들을 위해 파병을 반복하고 마침내 아군에게 악마처럼 여겨진 적군의 스나이퍼 '무스타파'(네이비드 네가반트)를 저격한다. 그리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모래 폭풍 속에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크리스는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기다리고 있는 아내 타야와 가족의 곁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무엇보다도 영화에서 돋보이는 건 실존인물 크리스 카일을 연기하기 위해 당시 83킬로밖에 되지 않았던 몸을 3개월 동안 쉬지 않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 근육량 100킬로였던 크리스의 몸을 만들어 마치 실존인물처럼 연기한 브래들리 쿠퍼의 연기력이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그는 기존에 영화에서 알려진 얼굴이나 모습과는 많이 달라 온전히 배역에 몰두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영화는 2013년 2월, 상상도 못한 비극으로 생을 마감한 크리스 카일의 마지막 모습인 추도식 장면으로 마감한다. 크리스는 퇴역 후 재향군인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했는데, 텍사스 자택 근처에 있는 사격장에서 살해당한다. 그것도 크리스가 도우려던 군인의 손에...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애국심을 종용하는 영화이기도 하지만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우들을 위해 전장으로 끊임없이 발길을 돌려야만 했던, 전장 속으로 다시 목숨을 걸어야만 했던 한 영웅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남편이 오기만을 가슴 졸이며 기다려야만 했던 부인과 가족. 그리고 그에게 도움을 받고 목숨마저 받았던 수 많은 전우들...
  아직도 저 너머 전장에서 일어나는 안타까운 희생과 목숨을 바치는 전우들을 향한 묵직한 울림을 담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실화 드라마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1월 15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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