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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공룡능선(1)

  • 입력 2012.06.11 21:25
  • 기자명 유형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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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내가 낯설어지고 내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증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그런 나 자신을 찾기 위해 오늘도 난 배낭을 멘다. 하긴 수없이 그랬는데 아직도 내 자신이 감감하기만 하다.

 

1일차

11:00 출발

11:55 비선대

12:35 귀면암

13:00 휴식

14:29 양폭폭포

14:36 천당폭포

15:54 희운각 전망대도착

16:12 희운각도착

약 8.5km 5시간 산행

 

새벽 4시

다른 때 같으면 일찍 일어날 때는 그 시간이면 가끔 일어도 나는데 여행 갈 때는 꼭 알람이 울려야 겨우 깨니 그 또한 무슨 조화인지는 모르겠다. 겨우 얼굴에 물만 바르고 출발 첫 전철을 탔다. 일출전의 첫 전철인데도 전철 안은 만원이다. 신 새벽에 직장으로 일터로 참들 부지런한데 나만 배짱이가 되어 배낭을 메고 떠나니...

 

7시19분 속초행 버스 안. 반 이상이 등산복 차람인 사람들을 가득 채운 버스는 아침 별 저항 없이 서울을 벗어나 춘천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리고 있고 밖의 풍경 또한 고속버스를 탄 듯 봄에서 아카시아 향을 품은 초여름으로 달리고 있었다. 계절이 빨리 끝나는 강원지역이라서 그런지 모든 논에 모내기를 이미 끝난 상태였다.

 

“와!” 하는 탄성에 눈을 떠 보니 미시령 터널을 통과한 버스가 울산바위 휘감아 설악의 중턱을 내달리고 있었다. 장엄한 울산바위가 햇빛을 받아 찬연하게 빛나고 있었다. 울산바위의 유래는 옛날 조물주가 금강산의 경관을 빼어나게 빚으려고 전국의 잘 생긴 바위는 모두 금강산으로 모이도록 불렀는데, 경상도 울산에 있었던 큰 바위도 그 말을 듣고 금강산으로 길을 떠났으나 워낙 덩치가 크고 몸이 무거워 느림보 걸음걸이다 보니 설악산에 이르렀을 때 이미 금강산은 모두 다 만들어진 후라서 이 바위는 금강산에 가보지도 못하고 현재의 위치에 그대로 주저앉았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이다.

 

설악산행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설악동에 도착 아침 겸 이른 점심으로 황태국을 먹고 가볍게 등반길에 올랐다. 하지만 조용하리라 예상했던 등반로가 시끌벅적, 먼지가 보얗게 일고 있었다. 어느 중학교 수학여행을 온 것 같은데 뛰고 떠들고 싸우고.... 비선대까지만 참고가자 마음먹고 눈 가리고 귀 막고 길을 걸었다. 진짜 비선대를 지나니 사위가 조용하다. 저벅저벅 우리일행의 발걸음소리가 우리의 동행이 되어 계속 뒤를 다라 붙었다.

 

조용히 귀면암을 향해 오르는데 한 무리의 수녀님들이 줄지어 하산을 하고 계셨다. 우리는 더워 반팔을 입고도 수건을 목에 걸고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있는데 그분들은 수도복을 입고도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고 걷고있었다. 그러나 그분들도 사람인지라 흐르는 땀은 어쩔 수 없었던 듯 수도복 위로 땀에젓은 모습이 차마 인간 적이다.

 

다시 자그마한 오련폭포와 소들이 철계단밑으로 열 지어 동행하며 청색의 소로 힘차게 물을 흘려 내리고 있었다. 지난 가을의 오련폭포의 새파랗던물이 오늘은 청색으로 보였다. 그 옆 철계단으로 아무 생각없이 걸어 올랐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 다리를 건너니 앞이 탁 트인 자리가 보였다. 양폭산장자리이다. 더워 이미 온몸에는 땀으로 멱을 감았다. 그 때 일행이 소리를 친다. “저건 뭐죠?”. 세상에, 계곡 그늘 쪽에는 아직도 눈덩이가 얼어 커다란 얼음덩이로 변해 내 몸 2-3배 크기로 누워 있었다. 그런 얼음은 희운각 가는 길에 2군데 더 목격이 되었다.

 

옛 양폭산장, 지난 가을에도 이 앞에서 하산 길에 앉아 과일을 먹었는데 몇 개월 사이 불이 나서 전소, 폐허로 변했으니 세월이 침으로 무상하다. 아니 무상하기보다 불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다. 잠시 휴식 후 천당폭포로 향했다.

막 계단을 오르다 보니 좌측으로 양폭폭포가 보인다. 그리고 불과 수분 후 천당폭포가 보였다. 1박2일에 폭포 특집으로 나와 더 유명해진 폭포, 그러나 지난겨울 설해를 입은 소나무가 떠내려 와 폭포를 가로막으니 갑자기 장쾌하던 폭포는 온데간데없고 초라해 보이기만 했다.

 

이후로는 천당 가는 길이 이어진다. 급경사로 이어진 계단 그리고 끝없는 오르막이 무너미재 까지 이어졌다. 숨이 꼴깍꼴깍 넘어갈 무렵 갑자기 계곡을 타고 넘어온 바람이 가슴으로 스미어 온다. 고개를 들어 보니 언듯언듯 정상부가 보였다. 마지막을 치고 오르니 오른편으로 신선봉이 가로 막고 있었다. 얼른 좌측으로 틀어 전망대로 향했다. 앞으로 올라온 천불동을 내려다본다. 벅차던 숨이 벅찬 감동으로 일순간 뒤 바뀐다.

 

일찍 저녁을 해결하고 뭐 산속에서 별 할 일이 없으니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등산객한분이 어찌 코를 고는지 소리를 배 속에서 쥐어 짜내고 있었다. 그건 그렇다 쳐도 바닥으로 울리는 진동은 어찌하랴. 결국은 캄캄한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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