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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설악으로 떠나자

남설악 흘림골,주전골 트레킹

  • 입력 2011.12.23 16:20
  • 기자명 유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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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휩싸인 한계령 

유리창까지 꽁꽁 언 버스가 찬바람에 숨을 고르며 고갯마루 정상에 섰다. 버스는 서둘러서 우루루 한 무리의 등산객들을 팽개치듯 떨궈 놓고 휭 하니 버스는 어느새 고갯길을 곡예하듯 미끌어져 내려간다.

길가에 팽개치듯 버려진 그 한 무리의 등산객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서둘러 휴게소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어느새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섰다.

 스틱을 준비하고, 스패츠를 착용하고 등산화 끈을 조이는데 누가 머리위에서 말을 건다.

“저, 어느코스로 등산을 하시나요?”

“아 네, 우리는 당일이라서 가벼운 코스로 갑니다. 여기서 한계령을 걸어 내려가 흘림골로 해서 주전골을 거쳐

오색으로 나가 서울을 갈 거예요.”

“아 그래요? 저희는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오르려는데 등산로가 폐쇄 되었다네요. 제설작업이 덜 되었다나.....”

 한계령을 내려가며... 멀리 칠형제봉이 보인다. 

설악산(雪嶽山), 이름에서 느끼듯 설악산은 겨울에 와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봄과 가을에 들렸건만 뭔가 부족해 찾은 겨울 설악산. 그곳에서 바람과 마주섰다. 한계령에 서니 매케한 칼날 같은 동해 바람과 쇠뭉치 같은 둔탁한 내륙의 바람이 충돌을 해 한줄기의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며 얼굴을 할퀴고 먼지바람을 날리며 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날은 아주 맑아 멀리 속초부근이 조망되고 오늘 가야 할 눈을 뒤집어 쓴 남설악의 봉우리가 보인다. 천천히 걸어 내려 10m도 채 가지 않았는데 거짓말처럼 바람이 잔다.

 95년도인가? 차를 처음 구입하고 직장동료들 뀜에 넘어가 밤중에 차를 운전하고 넘었던 고개. 그때 그 길에서 차를 돌릴 수만 있었다면 집으로 돌아가고만 싶었던 고개. 다음날 낮에 귀경길에 다시 넘어가며 언젠가는 걸어 넘고 싶었던 고개. 그 고개를 걸어가고 있다.

조금 내려가니 필례약수 가는 길이 갈라진다. 필례령, 이순원의 소설 은비령의 무대가 되었던 필례령, 소설속의 그 고개를 눈이 쌓인 어느 날 꼭 걸어 넘을 것을 다짐하며 아래로 계속 길을  재촉했다. 40여분을 걸었을까? 약 4km를 못되게 걸어 흘림골입구에 도착했다.

 

 흘림골 입구에서 본 설악 주 능선

간단히 아이젠을 착용하고 바로 걸어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봤던 것과는 다르게 이곳은 음지여서 눈이 20여cm정도 쌓여 녹지 않고 다져져있다. 그러니 발을 헛디디면 푹 푹 빠지는 열악한 상태에서 한걸음, 한걸음 걸어 나갔다.

특히 계단에는 구멍이 뚫린곳에도 눈이 쌓여 자칫 방심하면 사고로 이어질 상황이다. 하기사 흘림골이라는 어원이 종일 해가 들지 않아 항상 흐린날 같아 흘림골이 되었다니 지금까지 쌓여있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여심폭포

여심(女深)폭포는 높이30m로 여성의 깊은 곳을 닮았다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여신(女身)폭포라고도 부른다. 그런 모양 때문인지 한때 이 폭포는 신혼부부들의 단골경유지였단다. 지금도 보기에 민망한 모습이지만, 여기서 흘러내리는 물을 받아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겨울이라 얼음이 얼어 볼품이 없었다.

 

이상했다. 분명 여객기인데 속초쪽으로 진행을 하다가 360도 회전을 해 뒤돌아온다. (한참을 보고있었음)음........... 그 북한의 중대발표때문이었나? 아직도 의문의 비행이다. 

 

등선대에서 본 눈 덮인 남설악의 위용 

 

 남설악에서 본 설악 서북능선 파노라마. 글씨가 작아 안 보이네요. (좌로부터 한계령, 귀때기청봉, 칠형제봉, 서북능선, 끝청, 대청봉)

여심폭포를 지나 바로 시작되는 깔닥고개를 30여분을 더 오르면 오색약수터로 가는 길목정상에 등선대라는 웅장하고 거대한 바위절벽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해발1004m 등선대이다. 신선이 하늘로 오른 곳이라 하여 등선대(登仙臺라)고 했으며 기암기석들이 사방으로 펼쳐져 만 가지 모습으로 보인다고 해서 만물상이라고 한다. 남쪽은 점봉산, 멀리 동북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대청봉, 귀때기청봉 등이 병풍처럼 펼쳐지며 동쪽은 동해바다를 전망할 수가 있다. 바람은 얼마나 세찬지 그 위에서 10분을 채 못 있었는데 입이 얼어붙어 말을 못 할 지경이었다.

이곳부터는 계속 내리막이다.

 

 

등선폭포 

 

 등선폭포에서 하산하며

12폭포

30여분을 내려가니 가느다란 폭포가 보인다. 역시 맹추위도 흐르는 물 앞에선 어찌할 도리가 없나보다. 가느다란 물줄기는 얼 틈이 없이 아래로 계속 쏟아 내고 있다. 여름 같으면 달려가서 손이라도 담그고 싶겠지만 지금은 그러한 생각조차도 꺼내기 싫은 것은 내 또 다른 이기심의 발로이겠지.

 거기서 20여분 더 내려가니 가느다란 물줄기가 바위를 뒤틀리며 흘러내린다. 12폭포이다. 열두번 굽이쳐 내린다는데 아무리 봐도 12번이 보이질 않는다. 아마 뻥이 심했던 옛사람들의 심리가 보이는 듯하다. 수량이 많았으면 좋았으련만 메마른 한겨울이라 감흥이 덜 한 것 같다.

이젠 간간히 햇살이 들어온다. 십이 폭포에서 주전골삼거리까지는 800m 남짓한 짧은 코스이지만 외설악의 천불동, 내설악의 가야동과 함께 설악산 3대 단풍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그곳에서 20여분 내려가니 용소폭포이다.     여기서 부터는 주전골이다.

 

주전골은 나무데크가 깔려있어 아주 쉽지만 겨울에는 눈이 녹고 또 얼어 조심해야 한다. 

주전골.

옛날 이 계곡에서 승려를 가장한 도둑 무리들이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전해지고,  또 다른 설은 용소폭포 입구의 바위가 엽전을 쌓아 놓은 것 같다 해서 주전골이라 했단다.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곳부터는 계곡이 유순해진다.

 조금 더 내려가 햇살이드는 곳에 짐을 부리고 단팥죽과 컵라면에 따끈한 물을 부어 속을 채운다. 금새 허리가 펴진다. 다시 허리춤을 비끌어 매고 길을 떠난다. 꼭 산행을 시작한지 4시간. 오색이 보인다. 서둘러 정류소로 가서 서울행버스를 보니 2시50분이다. 표를 끊고 앉아 따끈한 커피를 목으로 넘기니 온몸으로 온기가 퍼져나가 나른해진다.

 2시40분.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길 옆에 서있는데 검정색 승합차 한대가 슬그머니 정차를 한다.

“버스 기다리시나요?”

“네”

“어디 가시는데요?”

“서울요”

갑자기 기사분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아이구 어쩌지요? 저는 철원으로 가는데.......”

“아니, 감사합니다. 버스 올 때가 다 되었는데요 뭐”

 

태워 달라 손을 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서고 또 물어 보시고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던 순박해 보이시던 아저씨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그래, 이 맛으로 대중교통 여행을 다니지”

2009년 2월 새 봄을 맞으러 강진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강진 백년사에서 다산초당을 거쳐 기념관으로 해서 큰길로 나와 버스를 기다리는데 승합차가 저만치 가다 후진해 오더니 강진읍내로 들어가는 우리를 태워주었던 기억이 새롭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가 살만한 나라라는 것을 느끼며 슬며시 우리 앞에서는 서울행버스에 올랐다.

 

가는 법

동서울에서 06:30, 08:30, 09:20, 10:00, 11:30, 14:00, 18:05 한계령가는 버스를 타면 약2시간30분이면 도착한다.한계령에서 흘림골 가는 길은 아주 쉽다.

수도권과 동해바다를 연결하는 국도 44호선을 타고 한계령 정상을 넘어 양양 쪽으로 약 4㎞쯤 (일부 정보에는 2km으로 나와있는데 잘못된 정보이므로 주의해야 함) 내려가면 흘림골 탐방로 입구를 만날 수 있다. 대부분 흘림골 탐방은 이곳에서 시작해 주전골을 지나 오색지구 쪽으로 내려가는 4시간 짜리 코스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표

09:00 한계령 도착

09:16 한계령 출발

09:56 흘림골 입구 도착

10:03 산행시작

10:27 여심폭포 도착

10:58 등선대 도착

11:07 등선대 출발

11:47 등선폭포 도착

12:30 12폭포

12:48 용소폭포 삼거리

13:26 점심식사

14:02 오색버스정류장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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