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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피어나는 아름다운 소녀의 성장. 영화 <버진 스노우>

  • 입력 2014.12.02 00:01
  • 기자명 남궁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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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테리어스 스킨>(2004)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그렉 아라키 감독의 새로운 영화 <버진 스노우>(원제: White Bird in a Blizzard)는 현대 미문학계의 거장 로라 카시쉬케의 소설 『White Bird in a Blizzard (눈보라 속의 하얀 새)』를 원작으로, 영화는 막 여자로 피어나는 열일곱 살 소녀 캣(쉐일린 우들리)이 주부로 엄마로 완벽했지만 섹스리스 부부로 딸의 연애를 탐탁잖아 하던 엄마, 이브(에바 그린)의 실종으로 겪는 일과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미스테리 드라마다.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고, 친구들과 어울리던 평범한 17살 어느 날, 캣은 남자친구인 필(실로 페르난데즈)이 학교로 데리러 오지 않아 그냥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 와야했다. 집에 오니 아빠(크리스토퍼 멜로니)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엄마가 사라졌어"라고 했다. 그리고 엄마 이브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새끼 고양이를 어르듯 어린시절부터 캣을 귀여워했고, 청소며 요리에 광적으로 집착해 만일 집안일에 노벨상이 있다면 상을 탈 정도로 완벽한 주부인 이브는 섹스리스 부부였고, 남편을 증오했다.
  이브가 싫어하는 것은 비단 남편 뿐만이 아니라 캣의 남자친구인 필도 싫어했다. 캣이 필과 함께 있으면 이브는 둘의 사이를 방해했고, 필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캣을 윽박지르기도 했다. 그토록 캣의 인생에 참견하고, 캣을 자신의 뜻대로 휘두르려 했던 엄마가 사라지자 캣은 엄마의 행방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슬픔을 느끼지는 않는다. 도대체 엄마 이브는 어디로 갔고, 무슨 이유 때문에 사라졌을까...
   영화 <버진 스노우>는 배우들의 호연이 영화의 내러티브를 살린다. 이브를 연기하는 에바 그린은 현대 중산층 가정의 해체 속에서 존재를 상실해 가는 보통의 주부로 히스테릭하면서도 완벽한 비율의 몸매와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지지 않는 완벽한 스타일로 엄마로서의 역할도 완벽하게 해낸다. 영화에서 에바 그린은 본인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분장조차 거의 하지 않고 오로지 본인의 연기력으로만 20대 신부에서 40대 중년 여성까지 소화해내 복잡한 심정을 가진 중년 주부를 입체적으로 연기한다.
  캣은 연기하는 쉐일린 우들리 역시 파격적인 연기로 관객들에게 성인 연기자로서의 모습을 선보인다. 몸의 2차 성징으로 분출하는 호르몬을 주체하지 못하는 캣은 한 명의 여자로 다시 태어나는 열락의 순간을 표현하고, 노출연기도 과감하게 펼친다. 쉐일린 우들리는 엄마의 실종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지만 사실은 많은 갈등의 심리를 감추면서도 커다란 감정의 기복을 겪는 캣을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캣의 아빠이자 이브의 남편을 연기하는 크리스토퍼 멜로니 역시 미드 <성범죄 수사대:SUV>와 <트루 블러드>의 마초적인 모습과는 달리 유약한 듯 하면서도 어딘가 슬픈 진실을 감추고 있는 남자를 연기한다. 크리스토퍼 멜로니는 슬픈 눈으로 자신감을 상실한 남편인 듯 하지만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서는 딸바보를 자처하는 아빠로서의 캐릭터를 새롭게 표현한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충격적인 반전으로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그렉 아라키의 독특한 영상미학을 선보이는 영화 <버진 스노우>는 12월 10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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